유연의 노트

거래소에 있는 코인은 제 것입니까 — 파산과 해킹 앞에서 처음 확인해야 하는 한 줄

지갑에 있는 코인과 거래소에 있는 코인은 법적으로 다른 물건입니다. 하나는 내가 들고 있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돌려달라고 말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3줄 요약
  1. 1화면에 찍힌 숫자는 같아 보여도, 내 지갑에 있는 코인과 거래소 계정에 있는 코인은 법적 성격이 다릅니다. 뒤쪽은 회사에 맡겨 둔 것이고, 그래서 그 회사의 사정에 영향을 받습니다.
  2. 2우리나라는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두어 예치금을 회사 재산과 분리해 관리하도록 하고, 이용자 자산의 상당 부분을 인터넷과 분리된 곳에 보관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2024년 7월부터 시행되었습니다.
  3. 3다만 회사가 무너지는 국면에서 이용자가 어떤 지위에 서는지는 사안에 따라 다툼이 생길 수 있는 영역입니다. 그래서 제도와 별개로 어디에 두고 있는지를 스스로 정리해 두실 필요가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리브로 대표변호사·변리사 유연입니다.

암호화폐 이야기를 몇 편 쓰면서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어느 코인이 오르냐가 아니었습니다. 뜻밖에도 이거였어요.

"거래소가 망하면 제 코인은 어떻게 됩니까."

좋은 질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질문에 답하려면 그보다 앞선 질문을 먼저 정리해야 합니다. 지금 그 코인은 정확히 어디에 있으며, 나는 그것에 대해 무슨 권리를 갖고 있는가.

오늘은 그 이야기입니다. 어느 거래소가 안전한가를 따지는 글이 아니라, 맡긴다는 것이 법적으로 무슨 상태인지를 정리하는 글입니다.

※ 본 글은 가상자산 관련 법률과 제도를 이해하기 위한 일반적 정보·교육 목적의 칼럼(2026년 8월 기준)이며, 법률자문이나 특정 자산·서비스의 투자권유가 아닙니다. 특정 사업자의 안전성을 평가하지 않으며, 관련 법령과 제도는 계속 변경되므로 실제로는 그 시점의 현행 규정을 확인하셔야 합니다.

첫 번째 — 은행 이야기부터 하겠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익숙한 것부터 보겠습니다.

은행 계좌에 1억 원이 있다고 해봅시다. 그 돈은 내 돈이죠. 그런데 법적으로 정확히 말하면, 그 1억 원짜리 지폐 뭉치가 어딘가 내 이름표를 달고 보관되어 있는 것이 아닙니다. 내가 은행에 돈을 맡겼고, 은행에 대해 그만큼을 돌려달라고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는 상태입니다.

물건을 보관해 둔 것이 아니라 청구할 권리를 갖고 있는 것. 이 구분이 오늘 글의 전부입니다.

평소에는 이 차이가 전혀 체감되지 않습니다. 언제든 찾을 수 있으니까요. 차이가 드러나는 때는 딱 한 국면입니다. 그 회사가 돌려줄 수 없게 되었을 때.

그래서 나라마다 이 국면을 대비하는 장치를 둡니다. 은행 예금에 대해서는 일정 한도까지 보호하는 제도가 마련되어 있는 것이 대표적이고요.

이제 본론입니다. 거래소에 있는 코인은 어느 쪽에 가까울까요.

두 번째 — ★ 지갑에 있는 것과 거래소에 있는 것

암호화폐를 보유하는 방식은 크게 둘로 나뉩니다.

① 내가 직접 들고 있는 경우

개인 지갑을 만들어 그 지갑으로 코인을 옮겨 두는 방식입니다. 이 경우 그 지갑을 움직일 수 있는 열쇠, 그러니까 개인키를 내가 갖고 있습니다.

이 상태에서는 중간에 아무도 없습니다. 어떤 회사가 망해도 그 코인은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다만 반대로, 열쇠를 잃어버리면 도와줄 사람도 없습니다. 비밀번호를 잊었으니 재발급해 달라고 말할 상대가 존재하지 않는 구조입니다.

② 거래소에 맡겨 둔 경우

대부분의 이용자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거래소에 가입해서 원화를 넣고 코인을 사면, 그 코인은 거래소가 관리하는 지갑 안에 있습니다. 내 화면에 보이는 숫자는 거래소의 장부에 적힌 내 몫입니다.

그러니까 이 경우 내가 갖고 있는 것은 코인 그 자체라기보다, 거래소에 대해 그만큼을 돌려달라고 할 수 있는 지위에 가깝습니다. 은행 예금과 구조가 닮았죠.

여기서 오해가 자주 생깁니다. 블록체인은 위변조가 어렵다고 하니 거래소에 있는 코인도 그만큼 안전하다고 느끼시는 겁니다. 그런데 블록체인이 지켜주는 것은 원장의 기록이지 거래소 회사의 재무 상태가 아닙니다. 기술의 안전성과 그 기술을 다루는 회사의 안전성은 다른 문제입니다.

이 둘 사이에는 중간 형태도 있습니다. 코인을 맡기면 이자처럼 무언가를 얹어 준다는 서비스들이죠. 이런 경우 맡긴 자산이 어떻게 운용되는지, 돌려주지 못하게 되면 누가 책임지는지가 계약서에 어떻게 적혀 있는지가 핵심이 됩니다. 이자를 준다는 말은 그 자산이 어디선가 일하고 있다는 뜻이고, 일하는 곳에는 위험이 따라붙습니다.

세 번째 — 우리 제도는 어떻게 되어 있나

법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상자산 사업자를 규율하는 법은 크게 둘입니다.

·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정금융정보법) — 가상자산사업자로 신고를 해야 영업할 수 있고, 실명이 확인되는 입출금 계정을 통해 원화 거래를 하도록 하는 등의 의무가 여기서 나옵니다. 자금세탁을 막는 쪽에 무게가 있습니다.

·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 2024년 7월부터 시행된 법으로, 이용자 보호에 초점이 있습니다.

두 번째 법의 내용 중 오늘 주제와 직결되는 것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① 예치금의 분리 보관

이용자가 맡긴 원화는 사업자의 고유 재산과 섞이지 않도록 은행에 예치하거나 신탁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게 왜 중요하냐면, 섞이는 순간 구분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입니다. 앞서 신탁 편에서 섞지 않는 것이 곧 지키는 것이라고 말씀드린 적이 있는데, 여기서도 원리가 같습니다. 남의 돈과 내 돈을 한 계좌에 두면, 회사가 어려워졌을 때 어디까지가 이용자 몫인지 가려내는 일 자체가 분쟁이 됩니다.

② 이용자 가상자산의 보관 방식

이용자가 맡긴 가상자산은 그에 상응하는 만큼을 실제로 보유하도록 하고, 그중 상당 부분을 인터넷과 분리된 곳에 보관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흔히 콜드월렛이라고 부르는 방식이죠. 구체적인 비율은 하위 규정으로 정해지므로 현행 기준을 확인하셔야 정확합니다.

③ 사고에 대비한 장치

해킹이나 전산 장애로 손해가 생겼을 때에 대비해 보험에 가입하거나 준비금을 쌓아 두도록 하고 있습니다.

④ 불공정거래 금지

시세를 인위적으로 움직이거나, 공개되지 않은 중요한 정보를 이용해 거래하거나, 거짓을 동원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처벌하는 규정이 들어 있습니다. 주식시장에 적용되던 규율이 이쪽으로 넘어온 셈입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제도는 만들어졌고, 방향은 섞지 말고 따로 두라는 쪽입니다. 이건 분명한 진전입니다.

네 번째 — 그래도 남는 질문

다만 솔직하게 말씀드릴 부분이 있습니다.

사업자가 실제로 무너지는 국면이 오면, 이용자가 어떤 지위에 서느냐를 두고 다툼이 생길 수 있습니다.

쟁점을 단순화하면 이렇습니다. 맡겨 둔 가상자산을 내 물건으로 보아 그대로 찾아올 수 있는가, 아니면 회사에 대한 청구권으로 보아 다른 채권자들과 같은 절차 안에서 나눠 받아야 하는가.

앞쪽이면 온전히 돌려받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뒤쪽이면 남은 재산을 여럿이 나누는 구조가 됩니다. 실제 사건에서 이 판단은 자산이 어떻게 관리되고 있었는지, 이용자별로 구분이 가능한 상태였는지 같은 사정에 크게 좌우됩니다.

그래서 저는 이 부분을 이렇게 말씀드립니다. 결론을 미리 단정할 수 없는 영역이고, 바로 그렇기 때문에 분리 보관이 중요하다고요. 구분되어 있으면 내 몫이라고 말하기 쉬워지고, 섞여 있으면 그 말을 하기가 훨씬 어려워집니다.

해킹의 경우도 비슷합니다. 사고가 났을 때 회사가 어디까지 책임지는지는 약관과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집니다. 이용자의 계정 정보가 유출되어 생긴 일인지, 회사 시스템이 뚫린 것인지에 따라 논의의 출발점이 다르고요.

그러니 제도가 있다는 사실과 내가 아무것도 안 해도 된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다섯 번째 — 그래서 무엇을 확인하면 되나

실용적으로 정리하겠습니다. 어려운 이야기가 아닙니다.

· 신고된 사업자인가 — 국내에서 원화 거래를 제공하려면 신고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확인할 수 있는 사항입니다.

· 내 자산이 어디에 있는가 — 거래소 계정에 있는지, 내 지갑에 있는지. 이 둘을 구분해서 파악하고 계신 것만으로도 절반은 정리됩니다.

· 이자나 보상을 준다는 서비스에 넣어 두었는가 — 그렇다면 그 자산은 단순 보관 상태가 아닙니다. 어떤 조건으로 맡긴 것인지 약관을 한 번 읽어 두십시오.

· 한곳에 다 있는가 — 나눠 두는 것은 수익을 위한 분산이 아니라 사고에 대비한 분산입니다. 성격이 다릅니다.

· 내가 직접 들고 있다면 열쇠는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가 — 이건 앞서 승계 편에서 말씀드린 이야기와 이어집니다. 나만 아는 상태로 두면 사고가 났을 때 아무도 접근할 수 없습니다.

마지막 항목을 한 번 더 강조하고 싶습니다. 자기 지갑으로 옮기는 것은 거래소 위험을 피하는 방법이지만, 그 순간부터 보관의 책임이 전부 나에게 옵니다. 어느 쪽이 정답이라기보다, 어느 쪽 위험을 지고 있는지 알고 계셔야 한다는 뜻입니다.

마치며 — 화면의 숫자와 법적 지위

정리하겠습니다.

화면에 찍힌 숫자는 어디에 있든 똑같이 보입니다. 그런데 그 숫자의 법적 성격은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다릅니다. 내 지갑에 있으면 내가 들고 있는 것이고, 거래소에 있으면 돌려달라고 말할 수 있는 지위입니다.

평소에는 이 차이가 아무 의미도 없습니다. 언제든 팔 수 있고 언제든 출금할 수 있으니까요. 이 차이가 드러나는 때는 단 한 번, 상대가 돌려줄 수 없게 되었을 때입니다. 그리고 그때는 이미 늦습니다.

제가 법률 일을 하면서 반복해서 확인하는 구조가 이것입니다. 평소에는 아무 차이가 없다가 사고가 나는 순간에만 드러나는 차이들. 계약서의 한 줄이 그렇고, 명의가 그렇고, 분리 보관이 그렇습니다.

그러니 오늘은 이것 하나만 해보시면 어떨까 합니다. 지금 내 자산이 어디에 얼마나 있는지, 각각 어떤 상태인지 한 번 적어 보는 것. 그것만으로도 꽤 많은 것이 정리됩니다.

투자 판단은 각자의 몫입니다. 다만 무엇을 갖고 있는지는 알고 계셔야 하니까요.

"블록체인이 지켜주는 것은 원장의 기록이지 그 원장을 다루는 회사의 재무 상태가 아닙니다. 그래서 법은 섞지 말라고 합니다 — 섞이는 순간, 어디까지가 내 몫인지 말하는 일 자체가 분쟁이 되거든요."

작성 : 법무법인 리브로 대표변호사 · 변리사 유연

※ 본 글은 가상자산 관련 법률과 제도를 이해하기 위한 일반적 정보·교육 목적의 칼럼(2026년 8월 기준)이며, 법률자문이나 특정 자산·서비스의 투자권유가 아닙니다. 특정 사업자의 안전성을 평가하지 않고, 도산이나 사고 국면에서 이용자의 지위와 책임의 범위는 자산의 관리 방식과 약관 등 구체적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집니다. 관련 법령·하위 규정과 그 해석은 계속 변경되므로 실제로는 그 시점의 현행 기준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함께 보기 : 「고액자산가가 비트코인 앞에서 던지는 첫 질문 — "얼마 올라요?"가 아니라 "죽으면 어떻게 물려줘요?"」 · 「USDC는 '코인'이 아니라 '디지털 달러'입니다 — 변호사가 스테이블코인에서 금고부터 확인하는 이유」 · 「"코드가 법"이라고요? 변호사는 반대로 봅니다 — 스마트 컨트랙트의 진짜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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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지 본 사이트의 게시물은 관련 법령과 실무를 이해하기 위한 일반적 정보·교육 목적의 자료이며,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자문이 아닙니다. 법령·판례와 그 해석은 변경될 수 있고 구체적 결론은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집니다. 진행 중인 사안의 결과를 확정적으로 단정하지 않습니다.

변호사 광고 — 게시자 : 법무법인 리브로 대표변호사 · 변리사 유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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