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의 기업법 노트

회사는 그대로인데 두 배를 법니다 — 사모펀드의 산수, 그리고 그 산수가 형사법과 만나는 자리

앞 편이 '얼마를 버는가'였다면 오늘은 '어떻게 버는가'입니다. 경로는 셋인데, 그중 하나에서만 검찰이 옵니다

3줄 요약
  1. 1기업을 사서 되파는 방식으로 돈 버는 길은 셋뿐입니다. 이익을 키우거나, 배수를 키우거나, 빚을 갚거나.
  2. 2세 번째가 핵심입니다. 회사 가치가 하나도 안 올라도 빚만 갚으면 투자자의 지분 가치는 두 배가 됩니다. 다만 그 빚을 갚는 주체는 산 사람이 아니라 사들여진 회사입니다.
  3. 3그리고 우리 법에서는 바로 이 지점이 형사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피인수회사의 자산을 인수 대금의 담보로 내주면 업무상 배임이 문제되고, 합병이라는 길로 가면 결론이 달라집니다.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리브로 대표변호사·변리사 유연입니다.

산수 문제 하나 내겠습니다.

1,000억짜리 회사를 삽니다. 5년 뒤에도 그 회사는 여전히 1,000억입니다. 매출도 그대로, 이익도 그대로, 하나도 안 컸어요. 그런데 투자자는 원금의 두 배를 벌었습니다.

어떻게 된 걸까요.

이 문제의 답을 알면 사모펀드가 어떻게 돈을 버는지가 한 번에 이해됩니다. 그리고 더 중요하게는, 우리 법원이 왜 이 지점에서 브레이크를 밟는지도 보입니다.

앞서 사모펀드 편에서 관리보수와 성과보수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건 운용사가 버는 방법이었죠. 오늘은 그 앞단, 펀드 자체가 어떻게 버는지를 보겠습니다.

※ 본 글은 인수금융 구조와 관련 법리를 이해하기 위한 일반적 정보·교육 목적의 칼럼(2026년 8월 기준)이며, 특정 회사·펀드에 대한 평가나 투자권유, 개별 법률자문이 아닙니다. 아래 숫자는 구조를 설명하기 위한 가상의 예시이고, 형사책임의 성립 여부는 개별 사안의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집니다.

PART 1. 먼저 두 층을 나눠야 합니다

논의가 엉키는 가장 흔한 이유가 이걸 안 나누기 때문입니다.

· 운용사가 버는 돈 — 관리보수와 성과보수입니다. 앞 편에서 다룬 부분이죠.

· 펀드가 버는 돈 — 회사를 사서 되팔아 남기는 차익입니다. 오늘 이야기입니다.

성과보수는 뒤쪽에서 나온 수익의 일부를 나눠 갖는 것이니, 결국 뿌리는 하나입니다. 펀드가 못 벌면 성과보수도 없습니다. 그러니 진짜 질문은 이것입니다. 회사를 사고파는 일로 어떻게 돈이 남는가.

PART 2. ★ 경로는 셋뿐입니다

식 하나만 보면 답이 자동으로 나옵니다.

지분 가치 = 기업 가치 − 순부채

기업 가치 = 이익 × 배수

투자자가 손에 쥐는 건 맨 위의 지분 가치입니다. 그러니 이걸 키우는 방법은 논리적으로 셋밖에 없습니다.

① 이익을 키운다

매출을 늘리거나 비용을 줄이거나, 같은 업종의 회사를 추가로 사서 붙입니다. 가장 정직한 방법이고, 논쟁의 여지도 거의 없습니다. 회사가 실제로 좋아졌으니까요.

② 배수를 키운다

같은 이익이라도 시장이 매기는 배수가 오르면 값이 오릅니다. 경기가 좋아져서 오를 수도 있고, 의도적으로 만들 수도 있습니다. 작은 회사 여러 개를 묶어 큰 회사 하나로 만드는 방식이 대표적이에요. 시장은 작은 회사에 낮은 배수를, 큰 회사에 높은 배수를 매기는 경향이 있어서, 묶는 것만으로 값이 오릅니다. 산술적으로는 같은 이익인데도요.

③ 빚을 갚는다

여기가 오늘의 핵심이고, 대부분의 사람이 모르는 경로입니다.

기업 가치가 1원도 안 올라도, 순부채가 줄면 지분 가치는 그만큼 늘어납니다. 위 식을 다시 보시면 당연한 이야기죠. 그런데 이게 실제로 어떤 결과를 낳는지는 숫자로 봐야 실감이 납니다.

PART 3. ★ 서두의 산수 — 회사는 제자리, 투자자는 두 배

처음 낸 문제로 돌아가겠습니다.

인수 시점

· 회사 값 1,000억

· 자기 돈 300억, 빌린 돈 700억

5년 뒤

· 회사 값 여전히 1,000억 (하나도 안 컸습니다)

· 그동안 회사가 번 현금으로 빚을 300억 갚아서 부채는 400억

이때 지분 가치는 1,000 − 400 = 600억입니다. 300억을 넣어 600억이 됐으니 정확히 두 배죠.

회사는 아무것도 나아지지 않았는데 투자자는 두 배를 벌었습니다. 마법 같지만 마법이 아닙니다. 부동산으로 바꿔 생각하면 익숙한 그림이에요. 전세를 끼고 집을 산 뒤, 세입자에게 받은 돈으로 대출 원금을 갚아나가는 것과 구조가 같습니다. 집값이 안 올라도 내 몫은 커집니다.

여기서 반드시 짚어야 할 대목이 있습니다.

그 300억을 누가 갚았습니까.

산 사람이 자기 주머니에서 갚은 게 아닙니다. 사들여진 회사가 벌어서 갚았습니다. 인수 대금 때문에 생긴 빚을, 인수당한 쪽이 갚는 구조인 겁니다.

이 문장 하나에 사모펀드를 둘러싼 거의 모든 논쟁이 들어 있습니다. 그리고 법률가에게는 여기서 아주 익숙한 신호가 켜집니다. 회사의 이익과 주주의 이익이 갈라지는 지점이거든요.

회사 입장에서 그 빚은 무엇일까요. 회사가 사업을 위해 빌린 돈이 아닙니다. 자기를 사는 데 쓰인 돈입니다. 그 빚이 없었다면 회사는 그 현금으로 설비에 투자하거나, 직원에게 쓰거나, 유보할 수 있었겠죠.

PART 4. ★ 그래서 우리 법은 여기서 브레이크를 밟습니다

이제 오늘 가장 하고 싶은 이야기입니다.

차입매수 자체는 위법이 아닙니다. 전 세계에서 쓰이는 정상적인 금융 기법이고, 앞서 말한 세 경로 중 셋째를 활용하는 방식일 뿐입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다른 나라와 조금 다른 장면이 벌어집니다. 이 구조를 어떻게 짰느냐에 따라 형사 문제가 되기도 하거든요.

문제가 되는 전형적인 그림은 이렇습니다.

인수자가 돈을 빌리려는데 담보가 부족합니다. 그래서 앞으로 인수할 회사의 자산을 그 차입의 담보로 내놓습니다. 회사 입장에서 보면 이상한 일이 벌어진 겁니다. 자기와 아무 상관없는 남의 빚에, 자기 재산이 담보로 잡힌 것이니까요. 얻는 것은 없고 위험만 떠안습니다.

우리 대법원은 이런 담보제공형 사안에서, 회사가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받지 못한 채 담보를 제공했다면 업무상 배임이 문제될 수 있다는 취지로 판단해 왔습니다. 회사의 재산을 지켜야 할 사람이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고 보는 것이죠.

그런데 흥미로운 건 그다음입니다.

인수를 위해 세운 회사와 피인수회사를 합병하는 방식, 이른바 합병형 사안에서는 결론이 달라졌습니다. 대법원은 이 구조가 담보를 제공하는 방식과 기본 전제가 다르다고 보았고, 그 근거로 합병 절차에 마련된 보호 장치들을 들었습니다. 합병비율, 주주총회 특별결의, 반대주주의 주식매수청구권, 그리고 채권자 보호절차 말입니다.

이 대목을 저는 아주 좋아합니다. 앞서 「다 바꾸라」 편에서 회사를 바꾸려면 반드시 지나야 하는 세 관문이 있다고 말씀드렸죠. 주주총회 특별결의, 채권자 보호절차, 주식매수청구권. 바로 그 절차들이 여기서 다시 등장합니다. 그것도 형사책임을 가르는 이유로요.

즉 이렇게 정리됩니다.

· 절차 없이 회사 재산을 담보로 내주는 길 → 회사만 위험을 지므로 배임이 문제된다.

· 합병이라는 길 → 주주가 표로 결정하고, 반대하는 주주는 나갈 수 있고, 채권자는 이의를 낼 기회를 갖는다. 그래서 다르게 본다.

그래서 오늘의 명제입니다. 경제적 결과가 비슷해도, 어떤 길로 갔느냐가 책임을 가릅니다. 법은 도착지만 보지 않고 거기까지 간 경로를 봅니다.

균형을 위해 덧붙이겠습니다. 학계에서는 이 구분에 대한 비판도 꾸준합니다. 실질적인 위험은 별로 다르지 않은데 형식에 따라 형사책임이 갈리는 것이 타당하냐는 것이죠. 저도 이 지적에 일리가 있다고 봅니다. 다만 실무를 하는 입장에서 지금 분명한 건 이겁니다. 같은 목적을 이루더라도 어떤 구조를 택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달라지므로, 이건 사후에 변명할 문제가 아니라 처음 설계할 때 정해야 하는 문제라는 것.

PART 5. 그리고 시계가 하나 더 있습니다 — 반드시 팔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구조에 내장된 압력 하나를 짚겠습니다.

펀드에는 만기가 있습니다. 대개 10년 안팎이죠. 투자자에게 돈을 돌려줘야 하는 날짜가 처음부터 정해져 있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수익은 팔아야 실현됩니다. 장부에 적힌 평가이익은 아무리 커도 나눠줄 수가 없어요.

그래서 사모펀드의 모든 판단 뒤에는 시계가 하나 돌고 있습니다. 배터리 3부작에서 법의 시계와 사업의 시계를 이야기했는데, 여기서는 펀드의 시계입니다. 이 시계가 급해지면 회수를 서두르게 되고, 그때 회사에 빚을 더 지워 배당으로 먼저 빼는 방식 같은 것이 검토됩니다.

이것도 그 자체로 위법인 것은 아닙니다. 배당은 법이 정한 배당가능이익의 범위 안에서만 가능하고, 그 한도를 지켰다면 적법한 주주의 권리 행사입니다. 다만 그 결정으로 회사의 체력이 깎이고 그 부담이 채권자나 거래처로 넘어간다면, 이번에는 이사의 의무와 채권자 보호가 문제됩니다.

앞서 MBK 편에서 내린 결론이 여기서도 그대로입니다. 도구에 죄를 묻는 게 아니라 설계에 책임을 묻는 것. 레버리지를 썼느냐가 아니라 위험을 정직하게 드러냈느냐가 선을 가릅니다.

저장해 두세요 — 인수 구조를 볼 때 물어야 할 다섯 가지

1. 수익이 어느 경로에서 나오는지 물어라 — 이익 개선인가, 배수 상승인가, 부채 상환인가. 셋의 성격은 전혀 다르다.

2. 빚을 누가 갚는지 확인하라 — 산 사람이 갚는지, 사들여진 회사가 갚는지. 이 한 줄이 대부분을 설명한다.

3. 회사가 받는 대가가 있는지 보라 — 회사가 위험만 지고 얻는 것이 없다면, 그 자리에서 법적 문제가 시작된다.

4. 절차를 통과했는지가 결과를 가른다 — 주주총회, 채권자 보호, 주식매수청구권. 같은 목적이라도 경로에 따라 책임이 달라진다.

5. 구조는 사후에 고칠 수 없다 — 처음 설계할 때 정해야 하는 문제다. 나중에 설명으로 메울 수 있는 종류가 아니다.

마치며 — 산수는 정직하고, 법은 경로를 봅니다

정리하겠습니다. 사모펀드가 돈 버는 길은 셋입니다. 이익을 키우고, 배수를 키우고, 빚을 갚는 것. 앞의 둘은 회사를 좋게 만들어서 버는 방식이고, 셋째는 회사의 현금흐름을 인수 대금 상환에 쓰는 방식입니다.

그리고 법적 분쟁은 거의 언제나 셋째에서 나옵니다. 회사의 이익과 인수자의 이익이 갈라지는 유일한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이 주제를 좋아하는 이유는 여기서 금융의 산수와 법의 문법이 정면으로 만나기 때문입니다. 산수는 아주 정직합니다. 부채가 줄면 지분 가치가 는다는 데 이견이 없어요. 그런데 법은 같은 결과를 놓고도 다르게 묻습니다. 그 부채를 누가 왜 졌고, 그 과정에서 누구의 동의를 받았는가.

그래서 인수 구조를 짜는 일은 계산의 문제이면서 동시에 절차의 문제입니다. 계산만 잘하고 절차를 건너뛰면, 몇 년 뒤 아주 비싼 대가를 치릅니다. 반대로 절차를 지키면서 같은 목적에 도달하는 길이 대체로 존재하고요. 그 길을 찾아 그려두는 일이 이 국면의 법무입니다.

서두의 산수 문제로 돌아가면, 답은 이렇습니다. 회사가 벌어서 자기를 산 빚을 갚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문장이 이 산업의 힘이자, 논쟁의 뿌리이자, 법이 지켜보는 지점입니다.

"회사가 하나도 안 커도 빚만 갚으면 지분 가치는 두 배가 됩니다. 다만 그 빚을 갚는 건 산 사람이 아니라 사들여진 회사죠. 그래서 우리 법은 같은 결과라도 어느 길로 갔는지를 봅니다 — 회사 재산을 담보로 내주고 갔는지, 주주와 채권자의 절차를 통과해서 갔는지."

작성 : 법무법인 리브로 대표변호사 · 변리사 유연

※ 본 글은 인수금융 구조와 관련 법리를 이해하기 위한 일반적 정보·교육 목적의 칼럼(2026년 8월 기준)이며, 특정 회사·펀드에 대한 평가·사실 단정이나 투자권유, 개별 법률자문이 아닙니다. 본문의 숫자는 구조 설명을 위한 가상의 예시이며 실제 거래와 무관합니다. 차입매수의 형사책임에 관한 판단 기준은 구조와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지고 학설상 논의도 계속되고 있으므로, 개별 거래는 반드시 사전에 구체적 검토를 받아야 합니다.

(함께 보기 : 「사모펀드는 왜 사람에게 백만 달러를 줄까」 · 「MBK, 그리고 자본은 선한가」 · 「'다 바꾸라'고 했지만, 변호사는 '다는 못 바꿉니다'」 · 「M&A 할 때 왜 변호사가 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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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지 본 사이트의 게시물은 관련 법령과 실무를 이해하기 위한 일반적 정보·교육 목적의 자료이며,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자문이 아닙니다. 법령·판례와 그 해석은 변경될 수 있고 구체적 결론은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집니다. 진행 중인 사안의 결과를 확정적으로 단정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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