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의 기업법 노트

MBK, 그리고 '자본은 선한가'라는 질문 — 변호사가 본 토종 사모펀드의 빛과 그림자

"MBK가 나쁜 회사예요?"라는 물음에, 저는 좋다·나쁘다로 답하지 않습니다. 대신 '구조'를 봅니다

3줄 요약
  1. 1MBK 파트너스는 김병주 회장이 세운 동북아 최대급 토종 사모펀드(PE)로, 코웨이·ING생명·홈플러스 등 굵직한 인수를 해왔습니다.
  2. 2PE의 순기능(자본 공급·구조조정·회수)과 논쟁(레버리지·자산 매각)은 한 몸이며, 최근 이 논쟁이 한국에서 크게 불붙었습니다.
  3. 3변호사의 결론 — 자본 그 자체엔 선악이 없습니다. 선악을 가르는 건 '누가 위험을 알고 떠안았느냐', 그리고 그 경계를 긋는 것이 바로 법입니다.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리브로 대표변호사·변리사 유연입니다.

요즘 커리어·투자 상담에서 부쩍 많이 받는 질문이 있습니다. "변호사님, MBK가 나쁜 회사예요?" 저는 이 질문에 좋다·나쁘다로 답하지 않습니다. 무성의해서가 아니라, 변호사는 인물이나 회사에 도덕 점수를 매기는 사람이 아니라 '구조가 어떻게 짜였는지'를 읽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MBK라는 회사를 통해, 더 큰 질문 하나를 함께 들여다보려 합니다. '자본은 선한가.' 미리 밝혀둘 것 하나. 이 글에는 아직 수사·재판·회생절차로 다툼이 진행 중인 사안이 포함돼 있어, 저는 특정인·특정 회사의 잘잘못을 단정하지 않겠습니다. '확정된 사실'과 '다툼 중인 의혹'을 분명히 나눠 말씀드리겠습니다.

※ 본 글은 사모펀드 산업과 법적 쟁점을 이해하기 위한 일반적 정보·교육 목적의 칼럼이며, 특정 회사·인물에 대한 명예훼손이나 사실 단정, 투자권유가 아닙니다.

PART 1. MBK란 무엇인가 (확정된 사실)

MBK 파트너스는 2005년 설립된 동북아 최대급 사모펀드입니다. 한국·중국·일본을 무대로 하고, 이름 'MBK'는 창업자 김병주(Michael ByungJu Kim) 회장의 이니셜에서 왔습니다.

김병주 회장은 10대에 미국으로 이민한 한국계 미국인으로, 해버포드 대학과 하버드 MBA를 거쳐 골드만삭스, 그리고 그 유명한 칼라일 그룹의 아시아 회장을 지낸 인물입니다. (앞서 파월 편에서 다룬 그 칼라일 맞습니다. 흥미롭게도 두 사람 다 칼라일이라는 같은 뿌리에서 나왔죠.) 2005년 독립해 MBK를 세웠고, 영문 소설을 낸 작가이자 포스코 창업자 고(故) 박태준 회장의 사위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MBK가 인수해 온 회사들은 우리 생활 곳곳에 있습니다 — 코웨이, ING생명(→오렌지라이프), 롯데카드, 딜라이브, 그리고 홈플러스. 앞선 글에서 설명한 "사서 → 고쳐서 → 되파는" 바이아웃 모델의 국내 대표 주자입니다.

PART 2. 먼저 공정하게 — PE는 '필요한' 자본이다

'약탈자' 이야기로 넘어가기 전에, 균형부터 잡겠습니다. 사모펀드는 자본시장에 꼭 필요한 기능을 합니다.

주인을 잘못 만나 표류하던 기업에 자본을 넣어 되살리고, 느슨한 지배구조를 조이고, 방만한 비용을 잘라 경쟁력을 회복시키는 일 — 이건 은행 대출로도, 정부 지원으로도 하기 어려운 역할입니다. MBK 역시 여러 기업을 인수해 체질을 개선하고 되판 성공 사례들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니 PE를 무조건 '기업 사냥꾼'으로 몰아가는 건 절반만 본 것입니다. 좋은 PE는 부실을 정리하고 자본을 효율적으로 돌리는, 시장의 필요한 청소부이자 정비사예요.

문제는, 바로 그 순기능을 만드는 도구가 동시에 위험의 씨앗도 된다는 데 있습니다.

PART 3. 그림자 — 왜 '약탈' 논쟁이 붙는가

PE의 핵심 도구는 '빚(레버리지)'입니다. 지렛대라 수익도 손실도 함께 키우죠. 그리고 투자금을 서둘러 회수하는 과정에서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인수한 회사에 빚을 지우고 배당으로 자금을 빼가거나(배당), 회사가 가진 부동산을 팔아 다시 임차하는(세일앤리스백) 방식으로 현금을 뽑는 것. 이건 살던 집을 팔고 그 집에 월세로 눌러앉는 것과 같습니다 — 당장 목돈은 생기지만, 매달 나가는 임대료가 회사 체력을 갉아먹죠. 그러다 회사가 흔들리면, 정작 손실은 그 회사에 돈을 빌려준 투자자, 물건을 댄 납품업체, 그리고 직원이 떠안게 됩니다. 'PE = 약탈적 자본'이라는 비판의 뿌리가 여기 있습니다.

이 논쟁이 최근 한국에서 상징적으로 불붙은 사례가 홈플러스입니다. 여기서 사실과 의혹을 분명히 나누겠습니다.

· 확정된 사실 — MBK는 2015년 테스코로부터 홈플러스를 약 7.2조 원에 인수했고(당시 아시아 최대급 바이아웃), 온라인 유통의 부상으로 대형마트가 쇠퇴하는 가운데 2025년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습니다.

· 다툼 중인 의혹 — 신용등급 하향·회생을 앞두고도 단기 유동화증권을 계속 발행해 그 위험을 모르고 투자한 이들에게 손실을 떠넘긴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돼, 금융당국 조사와 고발이 이뤄졌습니다. 납품업체 대금·소비자 피해 논란도 컸고요.

· 반대편 입장 — MBK 측은 "회생 신청은 회사와 이해관계자를 보호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였다"며 고금리와 유통환경 악화를 배경으로 들었습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의혹의 최종 책임은 제가 아니라 수사·재판·회생절차가 정합니다. 저는 여기서 누구를 단죄하려는 게 아니라, 이 사건이 던진 '법의 질문'을 짚으려는 것입니다.

PART 4. ★ 변호사가 보는 핵심 — 자본의 선악은 '정보의 균형'에서 갈린다

자, 그럼 '자본은 선한가'라는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겠습니다. 제 답은 이렇습니다. 자본 그 자체엔 선악이 없습니다. 망치가 집을 짓기도, 사람을 다치게도 하듯, 자본도 도구일 뿐이에요. 선악을 가르는 건 도구가 아니라 '누가 위험을 알고 떠안았느냐'입니다.

이게 법의 언어로 옮겨지면 아주 또렷해집니다.

· 위험을 양쪽이 알고 나눠 가지면 → 그건 '거래'입니다. 합법이에요.

· 한쪽만 위험을 알고 그걸 숨긴 채 다른 쪽에 떠넘기면 → 그건 '사기'에 가까워집니다.

그래서 자본시장법은 '무엇을 했느냐'보다 '무엇을 알리고 했느냐'를 봅니다. 위기를 숨긴 채 증권을 팔면 부정거래·공시 위반이 되고, 회사가 무너지면 회생·도산법이 이해관계자의 몫을 정하며, 이사에게는 회사와 채권자에 대한 의무가 지워집니다. 즉 법이 긋는 선은 '레버리지를 썼느냐'가 아니라 '위험을 정직하게 드러냈느냐'예요.

PE를 향한 규제 논의도 그래서 방향이 중요합니다. PE라는 도구 자체를 죽이는 게 아니라, '위험이 정직하게 공유되도록' 정보와 절차의 룰을 까는 것 — 그게 건강한 규제입니다. 좋은 자본시장은 위험이 사라진 시장이 아니라, 위험이 값에 정직하게 반영되는 시장이니까요.

마치며 — 도구에 죄를 묻지 말고, 설계에 책임을 묻자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MBK 이야기는 특정 회사의 도덕 재판이 아니라, '자본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가'에 대한 우리 사회의 시험지입니다.

자본은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습니다. 다만 그 자본이 어떤 구조로 짜였고, 위험이 얼마나 투명하게 공유됐으며, 문제가 생겼을 때 그 부담을 누가 지도록 설계됐는가 — 여기서 빛과 그림자가 갈립니다. 그리고 그 경계를 촘촘히 긋는 일이, 제가 하는 기업법의 몫이고요.

그러니 "MBK가 나쁜 회사예요?"라는 질문에 저는 여전히 이렇게 답하겠습니다. "회사에 죄를 묻기 전에, 그 거래의 구조와 정보의 균형을 먼저 봅시다." 도구를 탓하기는 쉽지만, 진짜 답은 언제나 설계도 안에 있으니까요.

"자본 그 자체엔 선악이 없습니다. 위험을 양쪽이 알고 나누면 '거래'이고, 한쪽이 숨긴 채 떠넘기면 '사기'에 가까워집니다. 그래서 법이 긋는 선은 '레버리지를 썼느냐'가 아니라 '위험을 정직하게 드러냈느냐'입니다."

작성 : 법무법인 리브로 대표변호사 · 변리사 유연

※ 본 글은 사모펀드 산업과 관련 법적 쟁점을 이해하기 위한 일반적 정보·교육 목적의 칼럼이며, 특정 회사·인물에 대한 명예훼손이나 사실 단정, 투자권유가 아닙니다. 언급된 의혹은 조사·재판·회생절차가 진행 중인 사안으로 최종 결론이 아니며, 법적 책임은 그 절차의 결과에 따라 정해집니다. 개별 사안은 사실관계·관할·준거법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함께 보기 : 「사모펀드는 왜 사람에게 백만 달러를 줄까」 · 「M&A 할 때 왜 변호사가 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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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지 본 사이트의 게시물은 관련 법령과 실무를 이해하기 위한 일반적 정보·교육 목적의 자료이며,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자문이 아닙니다. 법령·판례와 그 해석은 변경될 수 있고 구체적 결론은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집니다. 진행 중인 사안의 결과를 확정적으로 단정하지 않습니다.

변호사 광고 — 게시자 : 법무법인 리브로 대표변호사 · 변리사 유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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