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M&A에서 변호사의 일은 '계약서를 대신 타이핑하는 것'이 아니라, 거래에 숨은 위험을 찾아 설계하는 것입니다.
- 2거래 구조 설계·실사·계약서·규제 승인·협상 — 계약서는 결과물일 뿐, 진짜 일은 그 앞뒤에 있습니다.
- 3다만 변호사는 사업의 성패를 보장하는 마법사가 아닙니다. 지뢰를 찾아 표시하는 '지뢰탐지기'에 가깝습니다.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리브로 대표변호사·변리사 유연입니다.
M&A 상담을 하다 보면 가끔 이런 말을 듣습니다. "변호사님, 계약서야 인터넷에 양식 많던데 꼭 필요할까요?" 저는 웃으며 이렇게 답합니다. "수술도 유튜브에 영상 많은데, 직접 해보실래요?"
농담 같지만 진담입니다. M&A에서 변호사의 일은 '계약서를 대신 타이핑해주는 것'이 아니거든요. 계약서는 결과물일 뿐이고, 진짜 일은 그 앞과 뒤에 숨어 있습니다. 오늘은 'M&A에 변호사가 대체 왜 필요한가'를, 자기 자랑이 아니라 실제로 무슨 일을 하는지로 풀어보겠습니다.
M&A를 한 줄로 하면 '회사끼리의 결혼'입니다. 그런데 결혼이 혼인신고서 한 장으로 끝나지 않듯, M&A도 계약서 한 장이 전부가 아닙니다. 핵심은 좋을 때가 아니라 '나쁠 때'를 대비하는 데 있거든요. 변호사가 하는 일이 딱 그겁니다. 가장 좋은 날을 축하하는 게 아니라, 가장 나쁜 날을 미리 설계하는 것.
※ 본 글은 일반적 법률정보 제공을 위한 정보·교육 목적의 칼럼이며, 개별 사건은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PART 1. 같은 목적지, 다른 길 — 거래 구조 설계
회사를 합치는 방법은 하나가 아닙니다. 합병, 주식 양수도, 영업 양수도, 주식의 포괄적 교환… 목적지(경영권 확보)는 같아도 어느 길로 가느냐에 따라 내는 통행료(세금)도, 사고 났을 때의 책임(우발채무 승계)도, 걸리는 시간(절차)도 완전히 달라집니다.
내비게이션이 '최단거리'와 '무료도로'를 다르게 안내하듯, 변호사는 이 거래에 가장 알맞은 길을 설계합니다. 구조를 잘못 고르면, 안 내도 될 세금을 크게 물거나, 사려던 회사의 숨은 빚까지 통째로 떠안게 됩니다. 첫 단추가 여기서 끼워집니다. 그리고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 나머지를 아무리 잘 채워도 옷맵시가 안 삽니다.
PART 2. 숨은 폭탄 찾기 — 실사(Due Diligence)
겉만 멀쩡한 회사를 덜컥 사면 큰일 납니다. 그래서 계약 전에 상대 회사의 보닛을 열고 하부까지 들여다봅니다. 진행 중인 소송은 없는지, 장부에 안 잡힌 빚(우발채무)은 없는지, 핵심 특허가 진짜 회사 명의인지, 규제 위반 이력은 없는지, 노동 분쟁의 불씨는 없는지.
결혼 전에 상대의 빚과 지난 이력을 확인하는 것과 똑같습니다. 여기서 폭탄을 못 찾으면, 그 폭탄은 인수한 뒤 내 품 안에서 터집니다. 그리고 M&A에서 '몰랐다'는 말은 좀처럼 변명이 되지 못합니다. 살 때 확인하지 않은 책임은, 대개 산 사람이 집니다.
PART 3. 미래의 분쟁을 지금 미리 싸운다 — 계약서
이게 M&A 계약서의 본질입니다. 좋은 계약서는 '지금 사이좋을 때' 쓰는 게 아니라, '나중에 틀어질 때'를 위해 씁니다.
진술 및 보장(파는 쪽이 '숨은 하자 없다'고 서면으로 하는 무사고 각서), 손해배상(그 각서가 거짓으로 드러나면 물어내는 조항), 선행조건, 중대한 부정적 변화(MAC), 경업금지… 이 조항들은 전부 '만약 ~하면 어떻게 한다'의 목록입니다. 변호사는 아직 벌어지지도 않은 싸움을, 종이 위에서 미리 다 싸워둡니다. 그래서 진짜 분쟁이 터졌을 때, 그 답이 이미 계약서에 적혀 있게 만드는 거죠. 소송까지 안 가고 계약서 몇 조 몇 항을 펼치는 것으로 끝나게 — 그게 잘 쓴 계약서의 힘입니다.
PART 4. 관문 통과 — 규제 승인
큰 거래일수록 넘어야 할 정부 관문이 많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 산업별 인허가, 상장사라면 공시 의무까지. 이 관문 하나만 못 넘어도 거래 전체가 멈춰 섭니다. 계약서에 도장을 다 찍어놓고도 승인이 안 나 좌초하는 거래가 실제로 있습니다.
그래서 변호사는 시작 단계에서 '어떤 관문이 있는지' 지도부터 그리고, 그 통과 조건을 계약에 미리 반영합니다. "승인이 안 나면 이 거래는 없던 일로 한다" 같은 안전장치를 걸어두는 것도 이 때문이죠.
PART 5. 위험을 '가격과 조항'으로 나눈다 — 협상
M&A 협상의 본질은 '가격 흥정'만이 아닙니다. 진짜 협상은 '위험 나누기'입니다.
실사에서 찾아낸 리스크를 두고 이렇게 쪼갭니다. "이건 가격을 깎자", "저건 파는 쪽이 보증해라", "이건 나중에 문제 되면 그때 정산하자(에스크로 — 대금 일부를 제3자에게 맡겨뒀다가 조건 충족 시 지급)". 위험을 값과 조항으로 잘게 쪼개어, 누가 무엇을 질지 나누는 겁니다. 변호사는 이 흥정의 언어를 다루는 사람입니다. 같은 위험도 어떻게 나누느냐에 따라, 수십억의 향방이 갈리니까요.
솔직히 — 변호사가 '못 하는' 것도 있습니다
오해는 마세요. 변호사가 M&A의 마법사는 아닙니다. 이 사업이 돈이 될지, 두 회사의 시너지가 진짜 날지, 그 미래를 보장해주진 못합니다. 그건 경영진의 몫입니다.
변호사는 목적지를 정해주는 사람이 아니라, 그 길에 깔린 지뢰를 찾아 표시하고 안전한 통로를 설계하는 '지뢰탐지기'에 가깝습니다. 어디로 갈지는 여러분이 정하고, 가는 길에 지뢰를 안 밟게 돕는 것 — 딱 거기까지가 정직한 우리의 역할입니다. 그래서 회계사·재무 자문 같은 다른 전문가들과 한 팀으로 움직입니다. 숫자는 숫자 전문가가, 위험은 법률가가 보는 거죠. 이걸 솔직히 말씀드리는 게, 오히려 신뢰의 시작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실무 체크리스트 — M&A를 앞뒀다면
1. 계약서를 쓰기 '전에' 거래 구조부터 검토했는가 — 세금·책임이 여기서 갈린다.
2. 실사로 상대의 우발채무·소송·IP·규제 리스크를 파악했는가.
3. 진술·보장과 손해배상으로 '못 찾은 리스크'의 책임을 배분했는가.
4. 넘어야 할 규제 관문(공정위·인허가·공시)의 지도를 그렸는가.
5. 계약 종결 이후의 통합(PMI)까지 계약 단계에서 설계했는가.
마치며 — 잘될 땐 안 보이고, 틀어질 때 값을 한다
정리하면, M&A에서 변호사는 '계약서를 써주는 사람'이 아니라 '위험을 설계하는 사람'입니다. 거래가 순조로울 때는 변호사가 무슨 일을 했는지 잘 보이지 않습니다. 그런데 거래가 틀어지는 그 순간, 비로소 드러납니다 — 계약서 어느 조항에 이 상황의 답이 미리 적혀 있는지가.
변호사 비용이 아까워 이 과정을 건너뛰면, 대개 나중에 훨씬 큰 값을 치릅니다. 안전벨트 값이 아까워 안 매는 것과 같죠. 평소엔 거추장스럽다가, 사고 나는 그 1초에 목숨값을 하니까요. M&A에서 변호사는 그 안전벨트를 매어주고, 만에 하나의 충돌을 미리 계산해두는 사람입니다. 결혼식의 사회자가 아니라, 결혼생활의 위기까지 내다보는 사람인 셈이죠.
"M&A에서 변호사는 계약서를 '쓰는' 사람이 아니라, 가장 나쁜 날을 미리 '설계하는' 사람입니다. 거래가 잘될 땐 안 보이다가, 틀어질 때 비로소 값을 합니다."작성 : 법무법인 리브로 대표변호사 · 변리사 유연
※ 본 글은 일반적 법률정보 제공을 위한 정보·교육 목적의 칼럼이며, 특정 거래에 대한 법률자문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개별 사안은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함께 보기 : 「현대전자에서 SK하이닉스까지 — M&A로 다시 읽는 구조조정」 · 「IT 회사가 68년 된 백신 공장을 산 이유」 · 「최태원의 하이닉스 인수 결단」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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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광고 — 게시자 : 법무법인 리브로 대표변호사 · 변리사 유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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