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의 기업법 노트

지분은 빼앗긴 게 아니라 '묽어진' 겁니다 — 페이스북 공동창업자 분쟁이 남긴 질문

앞 편의 베스팅이 '떠나는 사람'으로부터 회사를 지키는 장치였다면, 오늘은 그 반대입니다 — 남아 있는 사람이 밀려나는 방식

3줄 요약
  1. 1페이스북 초기 공동창업자 사이의 분쟁은 지분을 '빼앗은' 사건이 아니라, 신주 발행으로 지분이 '묽어진' 사건이었습니다 — 내 주식 수는 그대로인데 비중만 줄어드는 방식이죠.
  2. 2그래서 쟁점도 절도가 아니라 목적이었습니다. 그 신주 발행이 회사를 위한 것이었나, 특정인을 밀어내기 위한 것이었나. 다만 사건은 판결이 아니라 합의로 끝나 법원의 판단은 남지 않았습니다.
  3. 3우리 상법은 이 지점을 미국보다 한 발 앞에서 막아둡니다 — 주주에게 신주인수권을 원칙적 권리로 주고, 제3자 배정은 '경영상 목적'이 있을 때만 허용합니다(제418조).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리브로 대표변호사·변리사 유연입니다.

오늘은 경고 하나로 시작하겠습니다. 영화로 법을 배우면 안 됩니다. 오늘 다룰 사건은 영화로 워낙 유명해져서, 많은 분이 줄거리를 이미 아신다고 생각하세요. 그런데 영화는 극적 재미를 위해 각색된 이야기이고, 실제 사건은 판결 없이 조용히 끝났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누가 나빴나"가 아니라, 이 사건이 드러낸 구조를 보려고 합니다.

먼저 감을 잡는 비유 하나. 오렌지주스 한 잔에 물을 부으면 어떻게 될까요? 잔 속 주스의 양은 그대로입니다. 아무도 내 주스를 마시지 않았어요. 다만 맛이 묽어질 뿐이죠. 회사 지분에도 똑같은 일이 일어납니다. 그리고 이건 훔친 게 아니라서, 법적으로 훨씬 다루기 어렵습니다.

지난 편에서 창업자가 마주치는 되돌릴 수 없는 결정들을 다뤘습니다. 오늘은 그중 가장 유명한 실패 사례를 열어보겠습니다.

※ 본 글은 공개 보도된 해외 사건을 회사법 학습 목적으로 재구성한 일반적 정보·교육 목적의 칼럼(2026년 8월 기준)이며, 특정 인물·기업에 대한 부정적 단정이나 평가, 투자권유가 아닙니다. 해당 사건은 당사자 간 합의로 종결되어 법원의 최종 판단이 내려지지 않았고, 미국 회사법은 우리 상법과 체계가 다릅니다.

PART 1. 무슨 일이 있었나 — 공개된 사실만

2004년 하버드 기숙사에서 시작된 회사의 초기 이름은 '더페이스북(TheFacebook)'이었습니다. 지금은 사명이 메타(Meta)로 바뀌었죠. 초기 역할 분담은 대체로 이렇게 알려져 있습니다. 마크 저커버그는 개발과 제품을, 에두아르도 새버린은 초기 운영 자금과 사업 쪽을 맡았고, 새버린은 상당한 지분을 보유했습니다.

이후 회사가 빠르게 커지면서 저커버그는 캘리포니아로 옮겨 본격적으로 회사를 키웠고, 새버린은 뉴욕에 남았습니다. 여기서 물리적 거리와 역할의 차이가 벌어졌고, 회사 운영 방향을 둘러싼 이견도 커진 것으로 전해집니다.

그리고 투자 유치와 조직 재편 과정에서 신주가 발행됩니다. 그 결과 새버린의 지분 비중이 크게 낮아진 것으로 알려졌고, 새버린은 이 과정이 부당했다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결말이 중요합니다. 이 사건은 법정 판결이 아니라 비공개 합의로 끝났습니다. 합의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새버린은 공동창업자로 인정받고 상당한 규모의 지분을 유지한 것으로 알려집니다. 이후 회사가 상장하면서 그 지분의 가치는 크게 평가됐고요.

여기서 균형을 잡겠습니다. 합의로 끝났다는 건 법원이 누구의 손도 들어주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저는 "누가 부당했다"고 단정하지 않겠습니다. 구체적 지분 비율이나 내부 정황도 보도와 창작물마다 다르게 전해지므로 숫자로 옮기지 않겠고요. 대신 이 사건이 드러낸 법적 구조를 보겠습니다. 그 구조는 지금 이 순간 한국의 수많은 스타트업에서도 똑같이 작동하고 있으니까요.

PART 2. ★ 희석이란 무엇인가 — 빼앗는 게 아니라 묽게 만드는 것

먼저 개념부터 정확히 잡겠습니다. 희석(dilution)은 내 주식을 누가 가져가는 게 아닙니다. 회사가 새 주식을 발행해서 전체 파이가 커지는 것입니다.

피자로 설명해 보죠. 8조각짜리 피자에서 내가 2조각을 갖고 있으면 25%입니다. 그런데 피자를 다시 잘라 16조각으로 만들면? 내 손에는 여전히 2조각이 있습니다. 아무도 내 것을 가져가지 않았어요. 그런데 비중은 12.5%가 됩니다.

이게 희석이 법적으로 까다로운 이유입니다. "내 것을 빼앗겼다"고 말할 수가 없거든요. 주식 수는 그대로니까요. 줄어든 건 소유물이 아니라 비중입니다. 그리고 그 비중이 곧 의결권이고, 회사에 대한 발언권이며, 나중에 회사가 팔릴 때 받을 몫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균형을 하나 잡아야 합니다. 희석 자체는 나쁜 게 아닙니다. 오히려 정상입니다. 투자를 받으면 반드시 신주가 발행되고, 창업자 지분은 반드시 줄어듭니다. 스톡옵션을 직원에게 주려 해도 희석이 일어나고요. 회사가 성장하려면 피자를 다시 잘라야 해요. 100%를 가진 채로 아무것도 못 하는 것보다, 20%를 가진 채로 회사가 100배 커지는 편이 낫습니다.

그러니 진짜 질문은 "묽어졌는가"가 아닙니다.

"왜 묽게 했는가."

PART 3. ★ 그래서 쟁점은 '목적'이 됩니다

같은 행위가 목적에 따라 완전히 다른 것이 됩니다. 신주 발행은 회사의 정당한 자금조달 수단이지만, 동시에 특정 주주를 조용히 밀어내는 수단도 될 수 있습니다. 칼이 요리도 하고 상해도 하는 것과 같아요. 도구가 아니라 용도가 갈림길입니다.

그래서 이런 분쟁에서 법이 들여다보는 건 대체로 세 가지입니다.

① 신주 발행의 목적 — 회사에 정말 자금이 필요했는가. 그 시점에 그 규모로 발행할 사업상 이유가 있었는가. 아니면 특정인의 비중을 낮추는 것이 실질적 목적이었는가.

② 이사의 의무 — 이사는 회사와 주주 전체를 위해 일해야 합니다. 회사의 권한(신주 발행)을 자기 또는 특정인의 이익을 위해 사용했다면, 그건 권한의 남용입니다. 우리 상법도 이사의 충실의무를 명문으로 두고 있습니다(제382조의3).

③ 절차 — 누가 알았고 누가 몰랐는가. 통지를 받았는가. 참여할 기회가 있었는가. 실무에서 결론을 가르는 건 의외로 이 부분인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이 시리즈에서 반복해 온 명제가 여기서도 그대로입니다 — 법은 외형이 아니라 실질을 봅니다. 밸류업과 시세조종을 가른 것도, 총수의 장내매수를 신호로 본 것도 같은 원리였죠. 서류상 적법한 신주 발행이라도, 그 실질이 축출이라면 법은 그걸 축출로 봅니다.

PART 4. ★ 한국이라면 — 우리 상법은 한 발 앞에서 막습니다

여기가 오늘 가장 중요한 대목입니다. 이 사건을 한국 무대에 옮기면 결론이 달라질 수 있거든요. 미국과 우리 상법의 접근 방식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미국 회사법은 대체로 사후적입니다. 일단 이사회가 결정하고, 문제가 있으면 나중에 이사가 신인의무를 위반했는지를 따지는 구조에 가깝죠. 그래서 다툼이 "그 결정이 공정했느냐"로 흘러갑니다.

우리 상법은 사전적입니다. 아예 요건을 걸어둡니다.

· 상법 제418조 제1항 — 주주는 그가 가진 주식 수에 따라 신주의 배정을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즉 신주인수권이 원칙입니다. 회사가 새 주식을 발행하면, 기존 주주가 자기 지분만큼 인수해서 비중을 지킬 기회를 갖는 게 기본값이에요.

· 상법 제418조 제2항 — 정관에 정하는 바에 따라 주주 외의 자에게 신주를 배정할 수 있지만, 이 경우 신기술의 도입, 재무구조의 개선 등 회사의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합니다.

두 번째 문장이 핵심입니다. 제3자에게 신주를 주는 건 예외이고, 그 예외가 되려면 경영상 목적이 있어야 합니다. 지배권을 지키거나 특정 주주의 비중을 낮추려는 목적은 여기 해당하지 않습니다. 법원도 지배권 유지나 경영권 방어를 목적으로 한 제3자 배정 신주발행에 대해서는 엄격한 태도를 취해 왔습니다.

즉 우리 법에서는 "왜 묽게 했는가"라는 질문이 사후의 다툼거리가 아니라 발행의 요건 자체입니다. 목적이 없으면 애초에 할 수 없습니다.

여기에 다툴 수 있는 통로도 있습니다. 상법 제429조의 신주발행 무효의 소입니다. 다만 조심하실 게 있어요. 제소 기간이 신주를 발행한 날부터 6개월로 짧습니다. 이 기간을 놓치면 아무리 부당해도 그 발행 자체를 되돌리기는 어려워집니다. 그리고 실무에서 가장 흔한 실패가 바로 이겁니다 — 몰라서 지나갑니다. 통지를 제대로 못 받았거나, 받고도 무슨 의미인지 몰랐거나.

한 가지 더 짚겠습니다. 많은 회사가 정관에 제3자 배정 근거를 아주 넓게 써둡니다. "경영상 필요한 경우" 같은 포괄적 문구로요. 그래서 실제 다툼은 "그 정관 조항이 이 발행을 정당화하는가", "이게 정말 경영상 목적인가"에서 벌어집니다. 창업자라면 자기 회사 정관의 그 조항이 어떻게 쓰여 있는지 한 번은 읽어보셔야 합니다. 대개는 설립할 때 표준 양식으로 넣고 다시 안 보시더군요.

앞서 「다 바꾸라」 편에서 회사에도 '마누라와 자식'이 있다고 했죠 — 주주 보호와 적법절차. 혁신의 이름으로도 못 넘는 선이라고요. 신주 발행이 바로 그 선이 그어져 있는 자리입니다.

PART 5. ★ 두 방향의 위험 — 나가는 사람, 남는 사람

이제 지난 편과 이어 붙이겠습니다. 창업자 지분에는 정반대 방향의 위험이 두 개 있습니다.

· 떠나는 사람이 지분을 들고 나간다 — 6개월 일하고 나간 공동창업자가 큰 지분을 그대로 보유하는 문제. 해법은 베스팅입니다. 회사가 자신을 지키는 장치죠.

· 남아 있는 사람이 묽어져 밀려난다 — 오늘 이야기입니다. 해법은 신주인수권과 절차적 권리입니다. 개인이 회사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장치고요.

같은 '지분'이라는 단어 아래 방향이 정반대인 위험입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공동창업자 계약은 앞의 것만 다룹니다. 베스팅은 넣는데, 나중에 자기 비중이 어떻게 관리되는지는 안 씁니다. 그래서 창업 계약서를 검토할 때 저는 늘 뒤쪽을 먼저 봅니다.

계약에 담을 수 있는 것들은 이렇습니다.

· 사전 통지와 참여 기회 — 신주를 발행하기 전에 알리고, 기존 비중만큼 인수할 기회를 준다.

· 일정 규모 이상 발행에 대한 동의 요건 — 소규모는 이사회가 하되, 지배구조를 바꿀 정도면 합의하게 한다.

· 정보권 — 재무 상황과 주요 의사결정을 볼 권리. 몰랐다는 것이 가장 흔한 패인입니다.

· 역할 변경 시 지분 조정 방식 — 누군가 상근에서 비상근으로 바뀌면 어떻게 할지를 사이가 좋을 때 정해 둡니다.

· 분쟁 해결 절차 — 협의, 조정, 중재로 이어지는 단계. 바로 법정으로 가는 것보다 회사가 덜 다칩니다.

그런데 조항보다 더 근본적인 교훈이 있습니다. 이 사건의 실질은 지분 다툼이기 이전에 "창업자들이 물리적으로 떨어지고 역할이 달라졌을 때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의 문제였습니다. 한 사람은 현장에서 매일 회사를 키우고 다른 사람은 멀리 있으면, 기여도에 대한 인식이 갈라집니다. 양쪽 다 자기가 억울하다고 느끼게 되죠.

계약서는 그 변화를 미리 언어로 만들어 두는 일입니다. 사이가 나빠진 뒤에는 어떤 말도 공격으로 들리지만, 사이가 좋을 때 쓴 문장은 나중에 둘 다를 구해 줍니다.

실무 체크리스트 — 창업자·초기 주주라면 (저장해 두세요)

1. 희석 자체를 막으려 하지 마라 — 투자를 받으면 반드시 희석됩니다. 막아야 할 것은 희석이 아니라 '이유 없는 희석'입니다.

2. 사전 통지와 참여 기회를 계약에 넣어라 — 실무에서 가장 흔한 패인은 부당함이 아니라 '몰랐다'입니다.

3. 우리 법에서는 제3자 배정에 경영상 목적이 필요하다 — 그리고 그 관문은 회사 정관이 얼마나 넓게 쓰였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자기 회사 정관을 한 번은 읽으십시오.

4. 다툰다면 기간을 놓치지 마라 — 신주발행 무효의 소는 발행일부터 6개월입니다. 짧습니다.

5. 역할이 바뀌는 순간을 미리 써 둬라 — 창업자가 물리적·역할적으로 갈라지는 시점이 거의 모든 분쟁의 시작점입니다.

마치며 — 조용히 일어나는 일일수록 미리 써 둬야 합니다

정리하겠습니다. 이 사건이 오래 회자되는 이유는 극적인 배신 서사 때문이 아닙니다. 회사에서 가장 큰 변화가 가장 조용하게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기 때문입니다. 누가 무엇을 빼앗는 장면은 없었습니다. 서류상으로는 그저 신주가 발행됐을 뿐이고요. 그런데 그 결과 한 사람의 회사에서의 위치가 달라졌습니다.

법이 이 지점에 개입하는 방식이 나라마다 다릅니다. 미국은 나중에 공정했는지를 따지고, 우리 상법은 애초에 '경영상 목적'이라는 요건을 걸어 앞에서 막습니다. 어느 쪽이든 결국 같은 질문에 답하려는 것이죠 — 회사의 권한이 회사를 위해 쓰였는가, 아니면 사람을 밀어내는 데 쓰였는가.

그래서 저는 창업자분들께 이렇게 말씀드립니다. 계약서를 쓰는 일은 서로를 못 믿어서 하는 게 아니라, 지금의 신뢰를 나중까지 옮겨 두는 방법이라고요. 사람의 마음은 상황에 따라 바뀌지만, 사이가 좋을 때 함께 쓴 문장은 그 자리에 남아 있으니까요.

주스에 물을 붓는 건 순식간입니다. 그런데 한번 묽어진 주스를 되돌릴 방법은 없습니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늘, 물을 붓기 전에 해야 하는 이야기입니다.

"지분은 빼앗기는 게 아니라 묽어집니다. 피자를 다시 자르면 내 조각은 그대로인데 비중만 줄어드니까요. 그래서 법이 묻는 건 '묽어졌는가'가 아니라 '왜 묽게 했는가'입니다 — 같은 신주 발행이 목적에 따라 정당한 자금조달도, 조용한 축출도 되거든요."

작성 : 법무법인 리브로 대표변호사 · 변리사 유연

※ 본 글은 공개 보도된 해외 사건을 회사법 학습 목적으로 재구성한 일반적 정보·교육 목적의 칼럼(2026년 8월 기준)이며, 특정 인물·기업에 대한 부정적 단정이나 평가, 투자권유가 아닙니다. 해당 사건은 당사자 간 합의로 종결되어 법원의 최종 판단이 내려지지 않았으므로 어느 쪽의 주장도 사실로 확정된 바 없으며, 지분 비율 등 세부 사항은 전해지는 자료마다 달라 본문에 수치로 옮기지 않았습니다. 미국 회사법은 우리 상법과 체계가 다르고, 개별 사안은 사실관계·정관·관련 법령에 따라 결론이 달라집니다.

(함께 보기 : 「창업 첫 주에 5분 만에 정한 것이, 5년 뒤 가장 비싼 문제가 됩니다」 · 「'다 바꾸라'고 했지만, 변호사는 '다는 못 바꿉니다'」 · 「밸류업 vs 시세조종 — 형식과 실질」 · 「M&A 할 때 왜 변호사가 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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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지 본 사이트의 게시물은 관련 법령과 실무를 이해하기 위한 일반적 정보·교육 목적의 자료이며,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자문이 아닙니다. 법령·판례와 그 해석은 변경될 수 있고 구체적 결론은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집니다. 진행 중인 사안의 결과를 확정적으로 단정하지 않습니다.

변호사 광고 — 게시자 : 법무법인 리브로 대표변호사 · 변리사 유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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