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크래프톤은 배틀로얄 장르를 세계에 유행시켰지만, 비슷한 게임을 다 막지는 못했습니다. 저작권은 '아이디어'가 아니라 '표현'만 보호하기 때문입니다.
- 2"100명이 싸워 최후의 1인이 이긴다" 같은 규칙(아이디어)은 누구나 쓸 수 있고, 캐릭터·UI·맵·코드 같은 구체적 표현만 보호됩니다.
- 3그래서 게임 같은 창작물은 저작권 하나로 못 지킵니다 — 저작권·상표·특허·영업비밀을 겹겹이 두르는 '다층 방어'가 정답입니다.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리브로 대표변호사·변리사 유연입니다.
억울한 이야기로 시작해 볼까요. 크래프톤의 PUBG는 2017년 '배틀로얄'이라는 장르를 세계적으로 대중화한 선구자입니다. 그런데 이후 비슷한 배틀로얄 게임이 우후죽순 쏟아졌는데도, 크래프톤은 그걸 전부 막지는 못했습니다. "내가 유행시켰는데 왜 못 막아?" 싶으시죠? 여기엔 저작권법의 아주 오래된, 그리고 아주 중요한 원리가 숨어 있습니다.
오늘은 특허(삼성·애플)·영업비밀(LG·SK)에 이은 IP 분쟁 3부작의 마지막, '저작권'의 세계를 크래프톤 사례로 열어보겠습니다.
※ 본 글은 IP 제도를 이해하기 위한 일반적 정보·교육 목적의 칼럼이며, 일부는 진행 중일 수 있는 사건을 포함합니다. 특정 회사의 침해 여부를 단정하지 않으며, 명예훼손이나 투자권유가 아닙니다.
PART 1. 무슨 일이 있었나 — 3분 요약
2017년 크래프톤(당시 관련 스튜디오)이 'PUBG: BATTLEGROUNDS'를 내놓으며 배틀로얄이 폭발했습니다. 곧 유사 게임들이 잇따르자, 크래프톤은 여러 게임이 PUBG를 모방했다고 주장하며 국내외에서 다투기 시작했어요. 대표적인 장면은 이렇습니다.
· 포트나이트(에픽게임즈) — 크래프톤이 2018년 국내에서 문제를 제기했으나, 그해 소송은 취하됐습니다.
· 넷이즈 게임 — 미국에서 저작권 침해를 주장하며 소송을 냈고, 이후 합의로 종료됐습니다.
· 프리파이어(가레나) — 2022년 미국에서 저작권·상표권 침해를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여기서 미리 선을 긋겠습니다. 이 중 일부는 진행 중이거나 합의로 끝난 사안이라, 저는 "누가 베꼈다"를 단정하지 않겠습니다. 대신 이 사건들이 공통으로 건드린 '법의 원리'를 보겠습니다. 그게 훨씬 오래 남는 이야기니까요.
PART 2. ★ 통찰 하나 — 저작권의 심장: '아이디어'는 못 막고, '표현'만 막는다
저작권법에는 100년 넘은 대원칙이 하나 있습니다. '아이디어·표현 이분법(idea-expression dichotomy)'. 아이디어는 보호하지 않고, 그것을 구체적으로 구현한 '표현'만 보호한다는 겁니다.
게임에 적용하면 이렇게 갈립니다.
· 보호 안 되는 것(아이디어) — "100명이 생존 경쟁을 한다", "안전구역이 점점 줄어든다", "최후의 1인이 승리한다" 같은 게임 규칙·장르·콘셉트.
· 보호 되는 것(표현) — 캐릭터 디자인, UI, 그래픽, 음향, 맵 디자인, 소스코드 같은 구체적 결과물.
요리에 비유하면 딱 맞습니다. '매운 닭볶음탕을 만든다'는 요리법 개념은 누구도 독점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내가 쓴 요리책의 특정 문장과 사진을 그대로 베끼면, 그건 저작권 침해예요. 소설도 마찬가지죠. '삼각관계'라는 설정은 못 막지만, 특정 대사와 문장은 막습니다. 그래서 배틀로얄이라는 '장르'는 크래프톤이 독점할 수 없고, PUBG만의 구체적인 화면·캐릭터·코드를 그대로 가져다 쓰면 그때 비로소 문제가 되는 겁니다.
법원이 침해를 판단할 때도 '실질적 유사성(substantial similarity)'을 봅니다. 캐릭터·배경·UI·그래픽·애니메이션·음향·코드를 종합해, '표현'이 얼마나 닮았는지를 따지는 거죠. 규칙이 같은 건 문제가 아니고, 표현이 베껴졌는지가 관건입니다.
PART 3. ★ 통찰 둘 — 왜 선구자에게 '장르'를 통째로 주지 않을까
여기서 한 걸음 더 들어가 봅시다. 언뜻 불공평해 보입니다. 힘들게 새 장르를 개척했는데, 왜 그 장르를 독점하게 해주지 않을까요?
이건 법의 '의도된 설계'입니다. 만약 아이디어까지 독점시키면, 문화와 산업이 멈추기 때문이에요. 배틀로얄이라는 개념을 크래프톤이 독점했다면, 세상의 어떤 회사도 배틀로얄 게임을 못 만들었을 겁니다. 콜럼버스가 '항해술' 자체를 독점하고, 누군가 '삼각관계 소설'을 독점하는 세상을 상상해 보세요. 창작이 얼어붙습니다.
그래서 법은 아이디어를 일부러 '공유지(공원)'로 남겨둡니다. 누구나 그 위에서 새 건물을 지을 수 있게요. 대신 내가 지은 '건물'(구체적 표현)은 확실히 지켜줍니다. 선구자에게 장르 전체를 주지 않는 건 인색해서가 아니라, 그다음 창작자와 문화의 발전을 위한 의도적 균형인 겁니다. 개척자는 존중받되, 길 자체를 사유화하지는 못한다 — 저는 이게 저작권법의 가장 우아한 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PART 4. ★ 통찰 셋 — 그럼 선구자는 무엇으로 지키나 (IP 4종 세트)
"아이디어를 못 지킨다니, 그럼 개척자는 손해만 보나?" 아닙니다. 여기서 앞선 두 편(특허·영업비밀)이 하나로 합쳐집니다. 게임 같은 창작물은 사실 여러 권리가 겹쳐 있는 '복합체'예요. 한 건물에 네 개의 권리가 세 들어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 저작권 — 캐릭터·그래픽·음악·코드 같은 '표현'을 보호
· 상표권 — 게임 제목·로고를 보호 (이름과 브랜드는 저작권이 아니라 상표의 영역)
· 특허 — 독창적인 기술·시스템을 보호
· 영업비밀 — 서버 운영 노하우, 공개하지 않은 개발 기법을 보호
즉 아이디어(장르)는 못 지켜도, 그것을 '어떻게 구현했고(저작권)', '무슨 이름으로 팔고(상표)', '어떤 기술로 돌리고(특허)', '무엇을 감췄는지(영업비밀)'로 겹겹이 방어할 수 있습니다. 이게 '다층 방어(multi-layer IP)' 전략이에요. 크래프톤이 여러 전선에서 저작권과 상표권을 함께 걸고 싸운 것도 이 때문입니다. 한 겹으로는 못 지키니, 여러 겹으로 두르는 거죠.
이 사건 이후 국내 게임사들이 단순 개발을 넘어 '캐릭터·세계관(IP)·상표·저작권·특허'를 함께 확보하는 종합 IP 전략을 강화하고, 분쟁이 나면 한국뿐 아니라 미국 등 주요 시장에서 동시에 권리를 방어하는 게 일반화된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마치며 — 아이디어는 못 지켜도, '구현'과 '방패'로 이긴다
세 편을 여기서 하나로 묶겠습니다. 삼성·애플이 '특허', LG·SK가 '영업비밀', 크래프톤이 '저작권·상표'를 보여줬습니다. 이 넷이 바로 창작자가 손에 쥔 네 개의 방패예요. 어느 것도 만능이 아니고, 지킬 대상에 따라 무기가 다릅니다.
그리고 세 편을 관통하는 결론은 같습니다. 좋은 아이디어를 가진 것만으로는 이기지 못한다는 것. 배틀로얄이라는 멋진 아이디어도 그 자체로는 지킬 수 없었듯, 승부는 언제나 '그 아이디어를 얼마나 독창적으로 구현했고, 어떤 권리로 감쌌는가'에서 갈립니다. 제가 늘 두 가지를 함께 본다고 했죠 — '무엇을 만들었나'와 '어떻게 지켰나'. 게임 산업은 이 두 번째 질문이 왜 결정적인지를, 화려한 총성 뒤에서 조용히 증명해 온 분야입니다.
아이디어는 하늘에서 떨어지지만, 그걸 자산으로 바꾸는 건 언제나 땅 위의 설계입니다. 그 설계도를 그리는 일이, 제 몫이고요.
"저작권은 '아이디어'가 아니라 '표현'을 지킵니다. 배틀로얄이라는 장르는 못 막아도, 그것을 구현한 게임의 얼굴은 지킬 수 있죠. 그래서 창작자는 아이디어가 아니라 '구현과 방패'로 이깁니다 — 저작권·상표·특허·영업비밀, 네 겹의 방패로요."작성 : 법무법인 리브로 대표변호사 · 변리사 유연
※ 본 글은 IP 제도를 이해하기 위한 일반적 정보·교육 목적의 칼럼이며, 언급된 분쟁 중 일부는 진행 중이거나 합의로 종결된 사안입니다. 특정 회사의 침해 여부를 단정하지 않으며, 서술은 공개된 자료에 기반합니다. 개별 법적 판단은 사실관계·관할·준거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함께 보기 : 「둥근 모서리로 10억 달러 — 삼성 vs 애플(특허)」 · 「코카콜라는 왜 특허를 안 냈을까 — LG vs SK(영업비밀)」 · 「특허도 자산인 시대 — IP 금융 시리즈」)
※ 고지 본 사이트의 게시물은 관련 법령과 실무를 이해하기 위한 일반적 정보·교육 목적의 자료이며,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자문이 아닙니다. 법령·판례와 그 해석은 변경될 수 있고 구체적 결론은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집니다. 진행 중인 사안의 결과를 확정적으로 단정하지 않습니다.
변호사 광고 — 게시자 : 법무법인 리브로 대표변호사 · 변리사 유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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