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의 기업법 노트

자본시장법, '형식'만 맞추면 안전할까 — 억울한 감옥과 '실질을 보는 법'

"법은 형식보다 실질을 본다"는 양날의 칼에 대하여

3줄 요약
  1. 1자본시장법은 서류의 '형식'이 아니라 그 뒤의 '실질'을 봅니다 — 그래서 형식만 완벽히 갖춰도 안전하지 않습니다.
  2. 2그런데 바로 그 '실질을 본다'는 원칙 때문에, 외형만 수상할 뿐 결백한 사람이 억울하게 엮이기도 합니다.
  3. 3유무죄를 가르는 건 결국 '실질을 누가 더 설득력 있게 증거로 재구성하느냐' — 그 방어는 사건 전 '평소'에 절반이 결정됩니다.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리브로 대표변호사·변리사 유연입니다.

"저는 서류대로, 절차대로 다 했는데 왜 제가 감옥에 가야 하죠?" 자본시장법 사건에서 저는 이 억울한 항변을 종종 마주합니다. 형식을 다 갖췄는데 처벌받는 사람이 있고, 반대로 형식은 엉성한데 무죄인 사람도 있죠. 대체 기준이 뭘까요.

답은 오래된 법언 하나에 있습니다. "법은 형식보다 실질을 본다." 오늘은 이 한 문장이, 왜 누군가에겐 빠져나갈 수 없는 그물이 되고, 또 누군가에겐 억울한 올가미가 되는지를 풀어보겠습니다.

※ 본 글은 일반적 법률정보 제공을 위한 정보·교육 목적의 칼럼이며, 특정 사건·특정인을 지칭하지 않고 개별 사건의 법률자문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PART 1. "형식보다 실질" — 법은 겉포장이 아니라 알맹이를 본다

"법은 형식보다 실질을 본다." 무슨 뜻일까요. 쉽게 말하면, 법은 겉포장이 아니라 알맹이를 본다는 겁니다. 아무리 서류를 완벽하게 꾸며도, 그 안에서 실제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를 따진다는 거죠.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두 계좌가 주식을 사고팔았습니다. 서류상으로는 완벽하게 정상적인 거래예요. 그런데 알고 보니 두 계좌 주인이 미리 짜고, 거래가 활발한 척 '연기'를 한 거였다면? 이게 '통정매매', 즉 시세조종입니다. 외형(형식)은 멀쩡한 거래인데, 실질은 짜고 치는 고스톱이었던 거죠. 법은 이 외형에 속지 않고 그 뒤의 실질을 봅니다. 그래서 서류가 아무리 깨끗해도 처벌받습니다. 선물상자 포장이 아무리 예뻐도, 법은 상자를 열어 안을 확인하니까요.

PART 2. 그래서 무섭다 — '형식 뒤에 숨을 수 없다'

이게 자본시장법을 무섭게 만드는 첫 번째 이유입니다. 형식 뒤에 숨을 수 없다는 것.

특히 자본시장법에는 '부정거래(§178)'라는 아주 넓은 그물이 있습니다. "부정한 수단·계획·기교를 쓰지 마라"는, 거의 포괄적인 금지 조항이에요. 앞에 쳐둔 촘촘한 그물(시세조종 §176·미공개중요정보 이용 §174)에 안 걸린 '새로운 수법'까지, 이 큰 그물이 걸러냅니다.

무슨 뜻이냐면, 형식을 아무리 새롭고 화려하게 설계해도 실질이 '부정'하면 빠져나가기 어렵다는 겁니다. 여러 회사를 세워 가면을 씌우든, 복잡한 우회 구조를 짜든, 법은 결국 그 가면을 벗겨 실질을 봅니다. (제가 부산저축은행 편에서 말한 그 '가면 벗기기'와 똑같은 원리죠.) 그러니 "서류는 완벽하니 괜찮겠지"라는 생각은, 자본시장법 앞에선 위험한 착각입니다.

PART 3. 그런데 — 바로 그 '실질' 때문에 억울한 사람이 생긴다

여기까지가 '나쁜 마음을 품은 사람'에게 무서운 이야기라면, 이제 반대편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오늘 제가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예요.

'실질을 본다'는 이 원칙이, 정반대로 억울한 사람을 만들기도 합니다. 문제는 '실질' — 즉 사람의 속마음(고의·목적)은 열어볼 수가 없다는 데 있습니다. 그래서 법은 정황으로 '추정'합니다. 거래 패턴, 타이밍, 메신저 대화, 통화 내역… 이런 걸로 "실질은 이러했을 것"이라고 그림을 그리죠. 그런데 이 그림이 틀릴 수 있습니다.

· 정상적인 투자였는데, 하필 매매 타이밍이 공시 직전이라 미공개정보 이용으로 의심받는 사람

· 큰 물량을 정당하게 거래했을 뿐인데, 시세에 영향을 줬다는 이유로 시세조종으로 몰리는 사람

· 회사를 위한 합리적 자금 결정이었는데, 결과가 나빠지자 배임으로 엮이는 경영자

이들은 외형이 수상하게 '보였을' 뿐, 실질은 결백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실질을 본다'는 법이 그 수상한 외형에서 나쁜 실질을 잘못 읽어내면 — 억울한 감옥이 됩니다. 범죄 현장 옆을 우연히 지나가다 CCTV에 찍힌 사람처럼요. 화면 속 그는 분명 '그 자리에 있었지만', 그게 곧 범인이라는 뜻은 아니거든요.

PART 4. 유무죄를 가르는 것 — '실질의 재구성'

그래서 이런 사건에서 유무죄를 가르는 건, 결국 '실질을 누가 더 설득력 있게 재구성하느냐'입니다.

검찰은 수상한 외형에서 '나쁜 실질'을 그립니다. 변호인은 똑같은 사실에서 '결백한 실질'을 그리죠. 이 거래엔 경제적으로 합리적인 이유가 있었다, 고의가 없었다, 그 타이밍은 우연이었다 — 이걸 기록과 정황으로 입증하는 겁니다. 억울한 알리바이를 증명하는 일과 비슷합니다.

여기서 냉정한 진실 하나. 실질은 '주장'이 아니라 '증거'로 그려집니다. 아무리 "나는 결백하다"고 목청껏 외쳐도, 그 실질을 뒷받침할 기록이 없으면 법정에서 힘을 잃습니다. 그래서 억울함을 벗는 싸움은, 사실 사건이 터진 뒤가 아니라 '평소'에 이미 절반이 결정됩니다.

PART 5. 그래서 '평소에' — 실질을 증명할 수 있게 살아둔다

그럼 어떻게 대비할까요. 자본시장 언저리에서 일하는 분이라면, 평소에 '실질을 증명할 수 있게' 살아두는 것이 최선의 방어입니다.

· 큰 거래에는 '경제적 이유'의 기록을 남기세요 — 왜 하필 이때 이걸 샀는지.

· 내부정보에 닿는 위치라면, 매매의 타이밍과 근거를 스스로 남겨두세요.

· 회사 자금·공시 결정은 회의록과 근거자료로 남기세요 (앞서 다룬 '경영판단의 원칙'도 결국 '과정의 기록'으로 지켜집니다).

수상해 보이는 외형은, 사실 누구에게나 우연히 생길 수 있습니다. 그때 나를 지키는 건 '결백하다는 외침'이 아니라, '실질이 결백했음을 보여주는 기록'입니다.

실무 체크리스트 — 자본시장 언저리에서 일한다면

1. 형식(서류)이 완벽해도 안전하지 않다 — 법은 그 뒤의 실질을 본다.

2. 특히 '부정거래' 조항은 포괄적이다 — 새로운 형식도 실질이 부정하면 걸린다.

3. 반대로, 외형이 수상해도 실질(고의·목적·합리성)을 밝히면 억울함을 벗을 수 있다.

4. 실질은 '주장'이 아니라 '증거'로 그려진다 — 기록이 곧 방어다.

5. 큰 거래·내부정보 접근·자금 결정은 '왜'의 기록을 평소에 남겨라.

마치며 — 실질은 진실로 가는 길이지만, 저절로 드러나지 않는다

"법은 형식보다 실질을 본다." 이 한 문장은 양날의 칼입니다. 나쁜 마음을 품은 사람에겐 형식 뒤에 숨을 수 없게 하는 그물이고, 결백한 사람에겐 외형만으로 억울하게 엮일 수 있는 위험이죠.

그 사이에서 진짜 실질을 밝혀내는 것 — 그게 이런 사건을 다루는 변호사의 일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나쁜 실질이 형식 뒤에 숨지 못하게 하고, 결백한 실질이 수상한 외형에 억울하게 묻히지 않게 하는 것. 법이 실질을 보는 이유는 결국, 진실에 한 걸음 더 다가가기 위해서니까요.

다만 그 진실은 저절로 드러나지 않습니다. 누군가 실질을 '증거로' 차근차근 그려낼 때, 비로소 보입니다. 그래서 저는 늘 말합니다. 결백은 마음이 아니라 기록으로 지키는 것이라고요.

"'법은 형식보다 실질을 본다'는 양날의 칼입니다. 나쁜 마음은 형식 뒤에 숨지 못하고, 결백한 사람은 외형만으로 억울할 수 있습니다. 그 사이에서 진실을 가르는 것은, 결국 '실질을 증명하는 기록'입니다."

작성 : 법무법인 리브로 대표변호사 · 변리사 유연

※ 본 글은 공개된 법리에 기초한 정보·교육 목적의 칼럼이며, 특정 사건·특정인의 유무죄를 단정하지 않고 개별 사건의 법률자문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개별 사안은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함께 보기 : 「라덕연 사태 — 좋은 기업도 주가조작의 희생양이 된다」 · 「부산저축은행은 PF가 아니라 지배구조가 무너진 사건이다」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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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지 본 사이트의 게시물은 관련 법령과 실무를 이해하기 위한 일반적 정보·교육 목적의 자료이며,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자문이 아닙니다. 법령·판례와 그 해석은 변경될 수 있고 구체적 결론은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집니다. 진행 중인 사안의 결과를 확정적으로 단정하지 않습니다.

변호사 광고 — 게시자 : 법무법인 리브로 대표변호사 · 변리사 유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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