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의 기업법 노트

SK하이닉스 vs 특허괴물 — '모노리식3D' 소송, 변호사는 이렇게 방어한다

왕좌에 앉으면 통행세를 낸다 : NPE 3종 공세와 3트랙 방어의 해부

3줄 요약
  1. 1SK하이닉스가 겪는 NPE(특허관리전문업체) 줄소송은 단순한 '합의금 뜯기'가 아니라, 공급망을 흔들어 협상력을 극대화하는 고도의 전략입니다.
  2. 2모노리식3D는 연방법원(특허 22건)·ITC(수입금지)·엔비디아 공동피고라는 '3종 세트'로 압박하고 있습니다.
  3. 3SK의 방어는 ①ITC '공익' 방패 ②PTAB 무효심판(IPR) 정밀타격 ③최종적으로 합의(라이선스) — 종착역은 판결이 아니라 협상으로 보입니다.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리브로 대표변호사, 변리사 유연입니다.

회사가 크게 성공하면 두 가지가 배달옵니다. 하나는 축하 화환이고, 다른 하나는 소송장입니다. 순서도 거의 정해져 있어요. 화환이 먼저 오고,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소송장이 뒤따라옵니다. 기업소송을 대리하다 보면 이 얄궂은 세트 메뉴를 자주 봅니다. 회사가 잘나갈수록 고소가 늘어난다는 것 말이죠.

SK하이닉스가 지금 딱 그 상황입니다. 메모리 슈퍼사이클과 HBM 폭발로 시장의 왕좌에 오르자마자, 미국 특허관리전문업체(NPE, 이른바 '특허 괴물')들의 눈에 세상에서 가장 먹음직스러운 먹잇감으로 찍혔습니다. 잘돼서 축하받아야 할 자리에, 축하객보다 청구서 든 손님이 더 많이 온 셈입니다.

그런데 이 소송들을 '귀찮은 돈 뜯기' 정도로 넘기면 본질을 놓칩니다. 지금 벌어지는 건 공급망 전체를 흔들어 협상력을 끌어올리려는, 꽤 정교하게 설계된 법적 전략입니다. 가장 위협적인 모노리식3D(Monolithic 3D) 소송을 오늘 입체적으로 뜯어보겠습니다.

※ 본 글은 공개된 보도에 기초한 정보·교육 목적의 분석이며, 진행 중인 소송의 결과를 예단하거나 특정 종목의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들어가며 — NPE는 '가난한 회사'를 고소하지 않습니다

먼저 원리 하나 짚고 가겠습니다. NPE는 아무나 고소하지 않습니다. 딱 '배상금을 받아낼 만큼 잘 벌고, 점유율이 높은 기업'만 정조준합니다. 비유하자면 골목 길목에 서서 통행세를 걷는 징수원과 비슷합니다. 빈 지게를 진 사람은 그냥 보내줍니다. 받아낼 게 없으니까요. 대신 짐을 잔뜩 실은 수레가 지나가면 그때 손을 내밉니다.

그래서 표적이 바뀌는 것도 이 원리로 설명됩니다. 예전엔 마이크론·웨스턴디지털이 그 수레였다면, 지금은 SK하이닉스의 수레가 제일 무거워졌습니다. 소송이 이 회사에 집중포화된다는 건, 역설적이게도 이 회사가 메모리 시장에서 제일 잘나가는 사업자가 됐다는 방증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 소송 리스크를 '왕좌의 통행세(Tax)'라고 부릅니다. 시장을 지배한 대가로 내는 비용이죠. 진짜 문제는 소송을 당했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라, 그 통행세를 '얼마에, 어떻게' 치르느냐입니다.

PART 1. 모노리식3D의 공세 — 3종 세트 압박 전략

모노리식3D는 SK하이닉스를 상대로 세 갈래에서 동시에 공격을 퍼붓고 있습니다. 하나씩 뜯어보겠습니다.

① 분쟁 특허의 대규모 확대 (연방법원)

텍사스 연방법원에 '3D 반도체 메모리 구조' 관련 침해 소송을 낸 뒤 계속 범위를 넓혀, 현재 총 22건의 특허를 테이블에 올려놨습니다. HBM3·HBM3E 등 3D 적층 기술의 핵심을 정조준했고요. 왜 특허를 스물두 개씩이나 쌓을까요. 이유는 의외로 단순합니다. 산탄총 전략입니다. 조준해서 한 발 쏘는 게 아니라, 한 방향으로 산탄을 확 뿌려놓고 "22개 중 하나만 걸려라" 하는 겁니다. 방어하는 쪽은 스물두 발을 전부 다 피해야 이기고, 공격하는 쪽은 그중 딱 하나만 스치면 이깁니다. 애초에 공평하지 않게 설계된, 지독하게 비대칭인 게임이죠.

② ITC 조사 개시 (수입금지 카드)

돈을 물어내라는 연방법원 소송과는 별개로, 미국 ITC(국제무역위원회)에 SK하이닉스 제품의 '미국 내 수입·판매 금지'를 요청해 조사가 개시됐습니다. ITC가 유독 무서운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이건 지갑을 여는 문제가 아니라 아예 '가게 문을 잠그는' 문제입니다. 국경의 세관 검문소에서 "당신 물건, 미국 땅에 못 들어옵니다" 하고 막아버리는 거예요. 돈은 나중에 벌면 되지만, 시장 접근 자체가 끊기면 벌 기회 자체가 사라집니다. 둘째, 법원보다 판단이 훨씬 빠릅니다. 느긋하게 방어할 시간을 안 줍니다. 그래서 피고 입장에선 시간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극심한 압박을 받는 카드입니다.

③ 엔비디아를 함께 묶는 '인질 전략'

개인적으로 이게 가장 교묘한 수라고 봅니다. 모노리식3D는 물건을 만든 SK하이닉스만 걸고넘어진 게 아니라, 그 물건을 사가는 최종 고객 엔비디아까지 나란히 피고석에 앉혔습니다. 이건 하이닉스의 급소인 '엔비디아 공급망 계약'을 정확히 누른 겁니다. 세입자와 다투는데 집주인까지 법정에 끌고 나온 격이라고 할까요. 하이닉스가 큰 고객 눈치를 보느라 "이거 시끄러워지기 전에 우리가 빨리 정리하자" 하고 협상 테이블로 서둘러 나오도록 몰아가는, 전형적인 NPE 고단수 전략입니다.

PART 2. SK하이닉스의 방어 — 3트랙 전략

그렇다고 하이닉스가 두 손 놓고 얻어맞는 건 아닙니다. 무작정 버티는 게 아니라, 실리적이고 다각화된 방어가 가동됩니다. 역시 세 갈래입니다.

① ITC 방패 = '미국 공익(Public Interest)'

ITC에서 SK가 꺼내들 최강 논리는 이겁니다. "우리 HBM 수입을 막으면, 미국 AI 산업 전체가 멈춰 섭니다." 무슨 말이냐면, 미국 관세법 337조에 따른 ITC 조사에는 재미있는 예외 조항이 하나 있습니다. 수입을 막는 게 오히려 미국 국민 전체에 손해가 된다면, 즉 '공익(Public Interest)'을 해친다면, 문을 잠그지 못하게 하는 안전장치입니다. 세관이 "이 물건 막겠습니다" 할 때, "그거 막으면 온 동네가 정전됩니다" 하고 제동을 거는 셈이죠. 미국 AI 데이터센터와 엔비디아 공급망이 하이닉스 HBM에 얼마나 목을 매고 있는지를 강조하는 겁니다. 물론 원고 쪽은 "삼성·마이크론이 대신 공급하면 되잖아"라고 반박합니다. 다만 현재 하이닉스가 사실상 독점하다시피 한 수율을 감안하면, 이 공익 논리는 상당한 설득력을 갖는 것으로 보입니다.

② PTAB 무효심판(IPR) — 타이밍의 예술

미국 특허소송의 정석 반격은 이렇습니다. 소송을 당하면, 아예 원고가 휘두르는 특허 그 자체가 '처음부터 잘못 내준 무효짜리'라고 공격하는 겁니다. 상대가 든 칼이 사실은 종이칼이라고 증명하는 거죠. 이걸 담당하는 곳이 미국 특허심판항소위원회(PTAB)이고, 절차 이름이 무효심판(IPR)입니다. 다만 아무 때나 걸 수 있는 게 아니라, 소장을 송달받은 뒤 1년 안에 청구해야 합니다(미국법상 1년의 청구기한).

그런데 여기서 냉정하게 말씀드릴 부분이 있습니다. 요즘 이 반격 카드의 성공률이 예전 같지 않습니다. 최근 미국 특허청이 특허 안정성을 이유로 IPR을 아예 심리 무대에 올려주지 않는(개시하지 않는) 비율을 높이고 있어서, 환경이 녹록지 않습니다. 실제로 SK하이닉스가 또 다른 NPE인 AMT의 특허를 상대로 청구한 무효심판 5건은, 최근 PTAB에서 5건 전부가 개시조차 되지 못하고 기각됐습니다. 다섯 번 문을 두드렸는데 다섯 번 다 문전박대를 당한 셈이죠. 이건 SK에 불리한 사실이지만 숨길 이유는 없습니다. "이 카드만 믿고 방심하면 방어 무기가 통째로 무력화될 수 있다"는 값진 경고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모노리식3D 건에서는 서두르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1년의 청구기한을 오히려 꽉 채워 쓰면서, 22건 특허의 약점을 하나하나 해부한 뒤 '무효로 뒤집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 핵심 5~8건'에만 화력을 몰아주는 정밀타격을 준비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스물두 발을 다 막으려다 하나도 못 막느니, 상대의 급소 몇 개만 정확히 부수겠다는 거죠.

③ 최종 종착역 = 합의(라이선스)

변호사로서 냉정하게 보면, 이 소송의 끝은 극적인 대법원 판결이 아니라 조용한 '비공개 라이선스 합의'일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입니다. 밤마다 층간소음으로 다투던 이웃과 결국 법원까지 안 가고 적당한 선에서 합의금을 건네고 마무리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소송으로 이겨서 통쾌한 것보다, 시끄러운 상황을 빨리 끝내는 게 더 남는 장사일 때가 많거든요. 실제 선례도 있습니다. SK하이닉스는 과거 또 다른 악명 높은 NPE 넷리스트(Netlist)와 미국·중국·독일을 넘나드는 다년간 소송전을 벌였지만, 결국 2021년 약 4천만 달러 규모의 합의로 매듭지었습니다.

여기에 재무적 계산을 얹으면 그림이 더 선명해집니다. 돈을 좀 치르더라도 '비즈니스의 불확실성'을 빨리 걷어내는 편이 기업가치(주가)에는 훨씬 이롭습니다. 시장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소송'을 제일 싫어합니다. 그 불안감이 주가에 매기는 할인이, 어지간한 합의금보다 더 큰 손해가 되기 때문이죠. 그래서 이번 모노리식3D 건도, 엔비디아 공급망에 불똥이 튀지 않는 선에서 적정 합의금을 저울질하는 협상이 물밑에서 오가고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실무 체크리스트 — NPE 소송을 당한 기업이 볼 다섯 가지

1. 상대의 공격이 '손해배상(연방법원)'인가, '수입금지(ITC 337조)'인가 — 지갑을 여는 문제보다 가게 문이 잠기는 후자가 훨씬 급하다.

2. ITC라면 '공익(Public Interest)' 예외로 방어할 논리가 있는가 — "이거 막으면 온 동네가 곤란해진다"고 말할 카드가 있는가.

3. IPR(무효심판)의 1년 청구기한을 관리하고 있는가 — 이 시계를 놓치면 최강 반격 무기를 통째로 잃는다.

4. 원고가 '우리 고객'까지 공동피고로 묶었는가 — 그렇다면 나를 압박하려 남을 인질로 잡은 전략이다.

5. 장기전의 '불확실성 비용' vs 합의금 — 무엇이 기업가치에 더 싼가를 감정이 아니라 계산기로 따져라.

마치며 — 통행세는 내되, 왕좌는 지킨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지금의 소송 리스크는 SK하이닉스가 '시장의 왕좌'에 앉았기에 치르는 통행세에 가깝습니다. 엔비디아까지 인질로 묶는 공세가 겉으론 위협적이지만, 미국의 AI 패권 경쟁이라는 큰 그림에서 보면 미국이 제 손으로 자국 AI 인프라의 전원을 내려버리는 '전면 수입금지'를 택하기는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워 보입니다.

그래서 소송 비용에 따른 단기 재무 부담은 있겠지만, 주가의 뿌리를 흔들 치명적 리스크(Fatal Risk)로 번질 가능성은 낮다고 봅니다. 다만 AMT 무효심판 5건 전패가 보여주듯, '이 정도면 쉽게 이긴다'는 방심은 절대 금물입니다. 소송은 살아 움직이는 생물이고, 통행세의 최종 액수는 법정이 아니라 결국 협상 테이블에서 정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특허 괴물은 가난한 회사를 고소하지 않습니다. 소송이 몰린다는 건, 그 회사가 왕좌에 앉았다는 뜻입니다. 왕은 통행세를 내되, 왕좌를 내주지는 않습니다."

작성 : 법무법인 리브로 대표변호사 · 변리사 유연

※ 본 글은 공개된 보도에 기초한 정보·교육 목적의 칼럼이며, 진행 중인 소송의 결과를 예단하지 않고 특정 종목의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함께 보기 : 「SK하이닉스 주가는 왜 이렇게 올랐나」 · 「MR-MUF 쉬운 해설」 · 「엔비디아는 왜 돈을 먼저 냈나」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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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광고 — 게시자 : 법무법인 리브로 대표변호사 · 변리사 유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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