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권리금은 임대인에게 낸 돈이 아닙니다. 전 임차인에게 낸 돈이죠. 그래서 나갈 때 임대인에게 돌려달라고 하는 구조가 애초에 성립하지 않습니다.
- 2법이 만든 것은 다른 장치입니다. 내가 다음 사람에게서 권리금을 회수하려 할 때 임대인이 그것을 방해하지 못하게 하는 것. 의무의 내용이 "지급하라"가 아니라 "방해하지 마라"입니다.
- 3그래서 실무에서 결정적인 한 가지가 나옵니다. 다음 사람을 데려와야 합니다. 데려오지 않으면 방해할 대상 자체가 없어서, 아무리 억울해도 주장이 서지 않습니다.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리브로 대표변호사·변리사 유연입니다.
가게를 넘겨받을 때 우리는 돈을 두 번 냅니다.
한 번은 건물주에게 보증금을 냅니다. 계약서에 금액이 적히고, 나갈 때 돌려받습니다.
또 한 번은 전 사장님에게 권리금을 냅니다. 그런데 이 돈은 건물주와 맺는 계약서 어디에도 안 적힙니다. 건물주는 이 거래에 끼어 있지도 않고요.
그래서 몇 년 뒤 나가려고 할 때 이런 질문이 나옵니다. "그럼 제 권리금은 누가 돌려주나요?"
이 질문에 정확히 답하려면 조금 서늘한 사실부터 짚어야 합니다. 오늘은 그 이야기입니다.
※ 본 글은 상가 권리금 보호 제도의 구조를 이해하기 위한 일반적 정보·교육 목적의 칼럼(2026년 8월 기준)이며,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자문이나 결과 예측이 아닙니다. 적용 여부와 결론은 계약 내용과 임대차의 경과, 구체적 사실관계에 따라 크게 달라지므로 반드시 개별 검토를 받으시기 바랍니다.
PART 1. 법이 뒤늦게 이름을 붙인 관행
먼저 권리금이 무엇인지부터 정리하겠습니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은 권리금을 이렇게 정의합니다. 영업시설과 비품, 거래처, 신용, 영업상의 노하우, 상가건물의 위치에 따른 영업상의 이점 등 유형과 무형의 재산적 가치를 넘기거나 이용하게 하는 대가로, 보증금과 차임 외에 주고받는 금전 등이라고요.
정의를 읽어보시면 두 가지가 보입니다.
첫째, 대상이 아주 잡다합니다. 인테리어와 주방기기 같은 물건도 있고, 단골과 상권과 노하우 같은 형체 없는 것도 섞여 있습니다.
둘째, 이 돈이 오가는 상대가 임대인이 아닙니다. 나가는 임차인과 들어오는 임차인 사이의 거래입니다.
그러니 권리금은 법이 만든 재산이 아닙니다. 시장에서 오래 굴러온 관행이고, 법은 아주 나중에서야 그것에 이름을 붙였습니다.여기서 잠깐 재미있는 대비가 있습니다. 앞서 호텔 편에서 한 건물에 부동산과 브랜드와 운영사업이 겹쳐 있다고 말씀드렸죠. 권리금은 그중 세 번째, 즉 그 자리에서 굴러가던 영업의 값입니다. 다만 호텔에서는 그것이 계약서에 조목조목 적히는데, 동네 가게에서는 그 값이 어디에도 안 적힌 채 오갑니다.
그리고 여기가 이 제도의 어려움이 시작되는 지점입니다. 값어치는 분명히 있는데 그 값을 담아둘 그릇이 없었던 겁니다.
PART 2. ★ 임대인은 그 돈을 받은 적이 없습니다
이제 오늘의 핵심입니다. 그리고 가장 많이 오해하시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권리금을 못 받게 됐을 때 많은 분이 이렇게 생각하십니다. 건물주 때문에 못 받게 됐으니 건물주가 물어내야 한다고요.
그런데 한 걸음 물러서서 보면 이상한 구조입니다. 건물주는 그 돈을 받은 적이 없거든요. 내가 낸 5천만 원은 전 사장님 주머니로 갔습니다. 건물주는 그 거래를 알고 있었을 수는 있어도 당사자가 아니었습니다.
그러니 "받은 적 없는 사람에게 돌려달라"는 구조는 성립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법은 다른 방식을 택했습니다. 그리고 이 선택이 오늘 글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법이 만든 것은 돌려받을 권리가 아니라, 회수를 방해받지 않을 권리입니다.같은 법은 임대차가 끝나기 6개월 전부터 임대차가 끝날 때까지, 임대인이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사람으로부터 임차인이 권리금을 지급받는 것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문장을 다시 읽어보시면 구조가 보입니다. 임대인에게 지우는 의무는 돈을 주라는 것이 아닙니다. 내가 다음 사람에게서 받아 나가는 과정을 막지 말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첫 번째 명제입니다. 권리금은 재산이 아니라 기회입니다. 법은 그 기회를 보장할 뿐, 금액을 보장하지 않습니다.이 구조를 이해하면 그다음 이야기가 전부 자연스럽게 풀립니다. 그리고 왜 많은 분이 억울해하면서도 결국 아무것도 못 하시는지도 설명됩니다.
앞서 아이디어 탈취 편에서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 조항은 아이디어에 권리를 준 것이 아니라 받은 사람의 행위를 규율한 것이라고요. 권리금 조항도 같은 발상입니다. 권리금에 소유권을 만들어준 게 아니라, 임대인이 해서는 안 되는 행위를 정해둔 겁니다.
PART 3. ★ 그래서 반드시 해야 하는 일 — 데려와야 합니다
여기가 실무에서 승부가 갈리는 지점입니다. 그리고 이 한 문단이 오늘 글에서 가장 값이 나가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방해받지 않을 권리라는 말을 뒤집으면 이렇게 됩니다.
방해할 대상이 있어야 방해가 성립합니다.
즉 내가 다음 임차인을 데려와서 임대인에게 소개했어야 합니다. 조문도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라고 적고 있습니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이렇게 흘러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건물주가 언젠가 지나가는 말로 "이번에 나가면 새로 직접 할 생각"이라고 했습니다. 그 말을 듣고 사장님은 포기하십니다. 어차피 안 될 거라고 생각하고, 새 사람을 찾는 노력을 하지 않은 채 가게를 정리하고 나갑니다. 그리고 몇 달 뒤 억울한 마음에 상담을 받아보시죠.
이때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하는 질문이 이겁니다. 새 임차인을 데려와 소개하셨습니까.
안 데려오셨다면 상당히 어려워집니다. 임대인이 무엇을 방해했는지를 보여줄 수가 없으니까요. 마음속으로 포기한 것과 상대가 막은 것은 법적으로 전혀 다릅니다.
그래서 두 번째 명제입니다. 이 권리는 가만히 있으면 발생하지 않습니다. 움직여야 생기는 권리입니다.그러니 순서는 이렇게 됩니다.
· 임대차 종료 6개월 전부터 움직이십시오. 보호가 작동하는 창이 그때 열립니다.
· 새 임차인이 되려는 사람을 실제로 찾아 권리금 계약을 준비하십시오.
· 그 사람의 인적사항과 조건을 정리해 임대인에게 정식으로 알리고, 임대차계약을 체결해 달라고 요청하십시오.
·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을 기록으로 남기십시오. 문자, 메일, 내용증명. 말로만 오간 것은 나중에 없던 일이 됩니다.
앞선 여러 편에서 반복해 말씀드린 그 이야기가 여기서도 그대로입니다. 권리는 있다고 믿는 사람이 아니라 그때그때 남긴 기록이 증명합니다.
PART 4. ★ 방해의 네 가지 얼굴 — 그리고 임대인이 이기는 경우
그럼 무엇이 방해일까요. 법은 네 가지를 들고 있습니다.
① 새 임차인에게 임대인이 직접 권리금을 요구하거나 받는 것
② 새 임차인이 나에게 권리금을 주지 못하게 하는 것
③ 주변 시세 등에 비추어 현저히 고액의 차임이나 보증금을 요구하는 것
④ 그 밖에 정당한 사유 없이 새 임차인과의 계약 체결을 거절하는 것
세 번째를 눈여겨보십시오. 실무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형태입니다.임대인이 대놓고 "안 된다"고 말하는 경우는 오히려 드뭅니다. 대신 이렇게 됩니다. 새 임차인 후보에게 지금보다 훨씬 높은 임대료를 부릅니다. 그러면 그 사람은 계산이 안 맞아 스스로 물러나죠. 임대인은 거절한 적이 없습니다.
법이 이 유형을 따로 적어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형식적으로 거절하지 않아도, 결과적으로 성사될 수 없게 만드는 조건을 내미는 것은 방해로 볼 수 있다는 것이죠.
이 시리즈에서 반복해 온 그 명제가 또 나옵니다. 법은 형식이 아니라 실질을 봅니다.
그리고 임대인 쪽 사정도 있습니다
여기서 반드시 균형을 잡아야 합니다. 임대인이 언제나 막는 쪽인 것도 아니고, 막았다고 항상 위법인 것도 아닙니다.
법은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를 따로 정해두고 있습니다. 새 임차인이 되려는 사람에게 보증금이나 차임을 낼 자력이 없는 경우, 그 사람이 임차인으로서 의무를 위반할 우려가 있거나 임대차를 유지하기 어려운 상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 임대인이 그 상가를 상당 기간 영리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은 경우 등입니다.
즉 임대인이 아무나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내가 데려온 사람이 그 자리에서 장사를 이어갈 만한 사람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임차인 쪽 사정도 봅니다. 차임을 상당 기간 밀렸다면 계약 갱신을 요구할 수 없는 사유가 되고, 그 상태에서는 권리금 회수 기회를 주장하기도 어려워집니다.
받을 수 있는 금액에도 한도가 있습니다
이것도 알아두셔야 합니다. 임대인이 방해해서 손해배상을 받게 되더라도, 그 금액은 새 임차인이 나에게 주기로 했던 권리금과 임대차가 끝날 당시의 권리금 중에서 낮은 금액을 넘지 못합니다.
그러니 내가 처음 들어올 때 얼마를 냈는지는 기준이 아닙니다. 지금 이 자리의 값이 기준입니다.이게 좀 아픈 대목입니다. 상권이 나빠졌다면 내가 낸 만큼 회수하지 못하는 것이 정상적인 결과입니다. 권리금은 그 자리의 영업 가치이고, 가치는 오르내리니까요. 앞서 감자 편에서 말씀드린 이야기와 구조가 같습니다. 값이 떨어진 것을 확인하는 순간이 아프지, 그 순간이 손해를 만든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시간 제한이 있습니다. 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는 임대차가 끝난 날부터 일정 기간이 지나면 소멸합니다. 미루면 사라집니다.
PART 5. 그래서 언제 무엇을 하나
들어가실 때
· 권리금을 지급하셨다면 반드시 권리금 계약서를 쓰고 이체 기록을 남기십시오. 현금으로 오가는 경우가 아직도 있는데, 나중에 그 돈의 존재 자체를 증명하지 못합니다.
· 무엇에 대한 값인지 목록을 적어두십시오. 시설과 비품은 뭐가 있고, 거래처와 영업 자료는 무엇을 넘겨받는지.
· 임대차계약서에 권리금 회수를 제한하는 취지의 문구가 들어 있는지 확인하십시오. 이런 특약의 효력은 다투어질 수 있는 영역이지만, 있는지조차 모르고 서명하시면 안 됩니다.
· 그리고 건물의 재건축이나 철거 계획이 있는지 물어보십시오. 계약 당시에 그런 계획이 구체적으로 고지되었는지가 나중에 중요한 변수가 됩니다.
지내시는 동안
· 차임을 밀리지 마십시오. 이 한 줄이 나중에 모든 주장의 전제를 무너뜨릴 수 있습니다.
· 매출과 단골, 거래처 자료를 정리해 두십시오. 권리금은 결국 그 자리에서 굴러가는 영업의 값이고, 그 값을 보여주는 것이 그 자료입니다.
나가실 때
· 6개월 전부터 움직이십시오. 이게 오늘의 핵심입니다.
· 새 임차인을 실제로 찾아 임대인에게 정식으로 소개하십시오.
· 임대인의 반응을 전부 기록하십시오. 특히 임대료를 얼마나 올려 부르는지, 주변 시세와 비교해 어느 정도인지를 함께 정리해 두십시오.
· 그리고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마십시오. 앞서 여러 편에서 말씀드린 대로, 그때 보낸 문자가 나중에 그대로 증거가 됩니다.
저장해 두세요 — 권리금, 다섯 가지
1. 권리금은 임대인에게 낸 돈이 아니다 — 그래서 돌려달라는 구조가 성립하지 않는다.
2. 법이 준 것은 회수를 방해받지 않을 권리다 — 의무의 내용은 지급이 아니라 방해 금지다.
3. 반드시 다음 사람을 데려와야 한다 — 방해할 대상이 없으면 방해도 성립하지 않는다.
4. 종료 6개월 전에 창이 열린다 — 그 전에 준비를 끝내두어야 한다.
5. 기준은 내가 낸 금액이 아니라 지금 그 자리의 값이다 — 그리고 청구에는 기한이 있다.
마치며 — 값어치는 있는데 그릇이 없던 것
정리하겠습니다. 권리금은 우리 상거래에서 오래 굴러온 관행입니다. 그리고 그 관행이 다루는 것은 분명히 값어치가 있는 무언가입니다. 그 자리에서 몇 년 동안 만들어진 단골과 동선과 신용 같은 것들이요.
문제는 그 값어치를 담아둘 그릇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등기부에 안 적히고, 계약서에도 안 적히고, 장부에도 잘 안 적힙니다.
앞서 반도체 편에서 어떤 자산은 등록부에도 장부에도 안 적힌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리고 그런 자산은 사람과 절차 속에 있다고요. 동네 가게의 권리금이 딱 그런 자산입니다. 매일 문을 열고 손님을 맞은 시간이 만든 값인데, 어디에도 기록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법이 택한 방식이 흥미롭습니다. 그 값어치에 소유권을 만들어주지 않았습니다. 대신 그것을 다음 사람에게 넘기는 통로를 막지 못하게 했습니다. 재산으로 인정하는 대신 기회를 보호한 것이죠.
이 선택이 충분한지에 대해서는 논의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다만 지금 제도가 그렇게 생겼다면, 그 안에서 자기 몫을 챙기는 방법도 그 구조를 따라가야 합니다.
그리고 그 구조가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은 딱 하나입니다. 움직이라는 것.
기다리는 사람에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권리입니다. 다음 사람을 찾아 데려오고, 정식으로 소개하고, 그 과정을 남겨야 비로소 생기는 권리예요. 조금 야박하게 들리지만, 방해받지 않을 권리라는 이름 자체에 이미 그 조건이 들어 있습니다.
가게를 접는 일은 그 자체로 힘든 일입니다. 그 와중에 새 사람을 구하러 다니는 건 더 힘들고요. 그런데 그 마지막 6개월이 지난 몇 년의 값을 정합니다.
"권리금은 건물주에게 낸 돈이 아닙니다. 전 사장님에게 낸 돈이죠. 그래서 법이 준 것도 돌려받을 권리가 아니라, 다음 사람에게서 회수하는 걸 방해받지 않을 권리입니다. 그러니 반드시 다음 사람을 데려오셔야 합니다 — 방해할 대상이 없으면, 방해도 성립하지 않으니까요."작성 : 법무법인 리브로 대표변호사 · 변리사 유연
※ 본 글은 상가 권리금 보호 제도의 구조를 이해하기 위한 일반적 정보·교육 목적의 칼럼(2026년 8월 기준)이며,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자문이나 결과 예측·보장이 아닙니다.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 규정의 적용 여부, 정당한 사유의 인정, 손해배상의 범위는 계약 내용과 임대차의 경과, 건물의 사정 등 구체적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크게 달라지고, 일부 유형의 상가에는 적용이 제한됩니다. 관련 법령과 판례는 변경될 수 있으므로, 구체적 사안은 반드시 개별 검토를 받으시기 바랍니다.
(이름과 실질 3부작 : ① 법인이라는 방패 · ② 프리랜서라는 이름 · ③ 권리금이라는 기회)
(함께 보기 : 「법인을 세웠는데 왜 제 집에 압류가 붙습니까」 · 「호텔을 샀는데 간판은 못 샀습니다」 · 「제안서만 보내고 연락이 끊겼습니다 — 아이디어 탈취」 · 「5년 장사한 가게 이름을, 어제 온 사람이 등록했습니다」)
※ 고지 본 사이트의 게시물은 관련 법령과 실무를 이해하기 위한 일반적 정보·교육 목적의 자료이며,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자문이 아닙니다. 법령·판례와 그 해석은 변경될 수 있고 구체적 결론은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집니다. 진행 중인 사안의 결과를 확정적으로 단정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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