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의 IP 금융 ①

특허는 '화폐'일까 '자산'일까 — 권리만 보던 변호사가 특허에 값을 매기게 된 이유

📌 3줄 요약

3줄 요약
  1. 1화폐는 '교환의 매개·가치의 척도·가치의 저장' 세 시험을 모두 통과한 것 — 특허는 그중 '저장' 하나만 가진 무형자산입니다.
  2. 2비트코인도 '저장'만 지향하는 자산이지만, 특허는 다릅니다 — 로열티라는 현금흐름을 낳거든요. 금보다 부동산에 가깝습니다.
  3. 3그래서 특허의 값은 '남은 20년간 벌어다 줄 돈의 오늘 값'이고, 그 값을 지키는 마지막 열쇠가 바로 '권리'입니다.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리브로 대표변호사·변리사 유연입니다.

저는 오래 특허를 '법'으로만 다뤘습니다. 이 권리가 튼튼한가, 무효는 안 되나, 남이 우회하진 못하나. 그런데 금융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자꾸 답이 막히는 질문이 하나 생겼습니다. "그래서 이 특허, 대체 얼마짜린가요?"

권리가 강한지는 압니다. 기술이 대단한지도 압니다. 그런데 '얼마'냐는 법의 언어로는 안 나오더군요. 그건 금융의 언어였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가장 근본부터 — "특허는 돈인가, 화폐인가, 자산인가"를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 본 글은 특허를 금융 자산의 관점에서 이해하기 위한 일반적 정보·교육 목적의 글이며, 특정 자산·상품의 투자권유가 아닙니다.

PART 1. 화폐란 무엇인가 — '3차 면접'을 다 통과해야 한다

경제학에서 돈(화폐)은 감정이 아니라 '기능'으로 정의합니다. 정직원이 되려면 3차 면접을 다 붙어야 하듯, 화폐가 되려면 세 시험을 전부 통과해야 합니다.

① 교환의 매개 — 어디서나 누구나 받아준다(물건을 살 수 있다)

② 가치의 척도 — 세상의 가격을 재는 '자(尺)'가 된다

③ 가치의 저장 — 시간이 지나도 녹지 않고 담긴다

지갑 속 원화·달러는 이 셋을 다 가진 '정직원'입니다.

PART 2. 비트코인은? 특허는? — 시험지에 대보기

먼저 비트코인. ① 받는 곳이 제한적이고(✕) ② 아무도 "커피 0.0001 BTC"로 사고하지 않으며(✕) ③ '디지털 금'을 지향하나 하루에도 크게 출렁입니다(△). 세 시험 중 ③ 하나에만 베팅한 셈이라, 다수 견해는 '화폐'가 아니라 '가치 저장을 지향하는 자산'입니다. 1차만 붙은 지원자죠.

그럼 특허는? ① 특허로 커피 못 삽니다(✕) ② 특허로 가격 못 매깁니다(✕) ③ 혁신을 권리로 굳혀 담습니다(○). 역시 ③만 가진 '무형자산'입니다.

그런데 비트코인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하나 있습니다. 비트코인은 스스로 현금을 못 낳습니다(무이자). 반면 특허는 라이선스 로열티라는 현금흐름을 낳습니다. 그래서 특허는 '금'보다 '월세 나오는 낡은 빌딩'에 가깝습니다. 눈에 안 보일 뿐, 임대료가 꼬박꼬박 나오는 부동산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PART 3. 자산 중에서도 어디쯤인가 — '유동성 줄 세우기'

모든 자산을 '얼마나 쉽게 사고팔리나(유동성)'로 줄 세워 보겠습니다.

현금 → 국채 → 대형주 → 회사채 → 부동산 → 특허·미술품

(왼쪽: 시세 있고 잘 팔림 ────── 오른쪽: 대체불가·잘 안 팔림)

특허의 자리는 오른쪽 끝, 부동산·미술품 근처입니다. 이유는 셋.

· 대체 불가 — 세상에 똑같은 특허는 없습니다. 그래서 '시세'가 없고, 건건이 감정평가해야 합니다.

· 비유동 — 사겠다는 상대를 직접 찾아야 합니다. 주식처럼 클릭 한 번에 안 팔려요.

· 그러나 현금흐름이 있다 — 로열티가 나온다는 점에서 '수익형 부동산'과 성격이 닮았습니다.

PART 4. 시세가 없는데 값을 어떻게 매기나

중고 명품 가방을 떠올려 보세요. 정찰가가 없으니 감정사가 세 가지로 값을 봅니다. 특허도 똑같습니다.

· 수익접근(income) — 이 특허가 미래에 벌어다 줄 로열티를 현재가치로 할인(DCF·relief-from-royalty). 특허 밸류에이션의 핵심입니다.

· 시장접근(market) — 비슷한 특허의 거래·라이선스 사례와 비교.

· 원가접근(cost) — 이 기술을 처음부터 다시 개발하는 데 드는 비용으로 추정.

쉽게 요약하면, 특허의 값 = "남은 20년 동안 이 권리가 벌어다 줄 돈의, 오늘의 값"입니다. 그래서 값을 좌우하는 건 결국 세 가지예요.

① 실제로 매출(로열티)을 낳는가

② 남은 존속기간이 얼마인가

③ 무효가 될 위험은 없는가 — 위험이 크면 할인율이 올라가 값이 내려갑니다.

PART 5. 그리고 여기서, 법과 금융이 만납니다

세 번째 요인을 다시 보세요. '무효가 될 위험'. 이게 곧 제가 20년 가까이 다뤄온 '권리의 튼튼함'입니다.

특허가 무효로 뒤집힐 위험이 크면 값이 깎이고, 청구항을 잘 설계해 그 위험을 낮추면 값이 올라갑니다. 즉 "이 권리가 얼마나 튼튼한가"라는 법률의 질문이, 곧바로 "값이 얼마인가"라는 금융의 답으로 이어집니다.

저는 이 대목에서 무릎을 쳤습니다. 제가 오래 해온 '권리 설계'가, 알고 보니 '밸류에이션(가치평가)'의 다른 이름이었던 겁니다. 특허는 화폐는 아니지만, 현금흐름을 낳고 담보·거래·유동화가 되는 무형자산입니다. 과거 부동산이 개별 자산에서 리츠·유동화를 거쳐 자본시장에 편입된 그 길을, 특허가 뒤따르고 있습니다.

마치며 — 화폐는 통하고, 자산은 증명한다

'화폐냐 자산이냐'는 단어 싸움이 아니라 '어떤 시험을 통과하느냐'의 문제입니다. 특허는 가치 저장이라는 시험을 통과한, 현금흐름 있는 무형자산이죠.

다만 그 값은 밑을 받치는 '권리'가 튼튼할 때만 유지됩니다. 그래서 저는 이제 특허를 볼 때 두 눈을 함께 씁니다. 값을 읽는 눈(금융)과, 그 값을 지키는 눈(권리). 이 시리즈에서 그 두 눈으로 특허를 하나씩 뜯어보겠습니다.

"화폐는 어디서나 통하고, 자산은 스스로 값을 증명해야 합니다. 특허는, 값을 증명하는 자산입니다. 그리고 그 값을 지키는 마지막 한 줄은 언제나 '권리'입니다."

작성 : 법무법인 리브로 대표변호사 · 변리사 유연

※ 본 글은 특허를 이해하기 위한 일반적 정보·교육 목적의 칼럼이며, 특정 자산·상품의 투자권유가 아닙니다.

(유연의 IP 금융 : ① 화폐 · ② 만기 · ③ 배당 · ④ 옵션 · ⑤ 유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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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지 본 사이트의 게시물은 관련 법령과 실무를 이해하기 위한 일반적 정보·교육 목적의 자료이며,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자문이 아닙니다. 법령·판례와 그 해석은 변경될 수 있고 구체적 결론은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집니다. 진행 중인 사안의 결과를 확정적으로 단정하지 않습니다.

변호사 광고 — 게시자 : 법무법인 리브로 대표변호사 · 변리사 유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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